제네시스 GV80/사진=현대차
제네시스 GV80/사진=현대차
배터리 화재가 잇따르자 전기차 기피 현상이 심해지면서 '하이브리드 열풍'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하이브리드차 인기는 전기차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간주됐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하이브리드 출시가 예고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2027년까지 전동화 모델 GV60과 현재 개발 중인 전기차 GV90을 제외한 제네시스 전 모델에 하이브리드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제네시스 중에서도 판매량이 많은 G80, GV80, GV70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먼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의 반응 벌써부터 뜨겁다. 직영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가 전국 20~59세 남녀 500명에게 '하이브리드 출시 희망 차량'에 대한 설문 결과를 보면 제네시스 GV80, G80, GV70이 각각 36.6%, 31%, 29.8%를 차지하며 1~3위를 차지했다. 자동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제네시스 하이브리드 출시를 기대하는 글들이 여럿 보인다. 한 누리꾼은 "고급 라인에 하이브리드를 출시한다니 더 기대된다.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네시스뿐 아니라 대표적 패밀리카로 꼽히는 현대차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도 내년 초 하이브리드 모델이 출시될 전망이다. 팰리세이드는 케이카가 진행한 하이브리드 출시 희망 차량 설문조사에서 제네시스 차종 다음으로 4위에 오른 모델이다.

연비나 정숙성 등에서 강점을 보이는 하이브리드가 패밀리카 시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올해 1~8월 대표적인 패밀리카로 꼽히는 기아 중형 SUV 쏘렌토와 싼타페의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전체 판매량의 약 71%에 육박했다. 르노코리아도 4년 만에 출시한 중형 SUV 뉴 르노 그랑 콜레오스의 주력 모델로 하이브리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프리우스 하이브리드(토요타코리아 사진 제공)
프리우스 하이브리드(토요타코리아 사진 제공)
수입차 시장 역시 하이브리드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하이브리드 신차 등록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69% 증가한 7만40대를 기록했다.

특히 하이브리드에서 강세를 보이는 일본차가 유일하게 전년 대비 판매량이 늘었다. 같은 기간 일본차는 1만4386대를 판매해 8.6% 증가했다. 미국차(-29.4%)와 독일차( -17.6%)가 모두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도요타는 2023년 라브(RAV)4, 프리우스, 크라운 등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대거 출시하며 국내 시장을 공략했다.

하이브리드가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은 '전기차 포비아(공포증)'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연이어 발생하는 전기차 화재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낮은 유지비에 더해 전기차보다 비교적 안전성이 담보됐다고 평가받는 하이브리드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선호는 세계적 현상"이라며 "내연기관차이지만 연비 등 친환경적 부분이 있는 하이브리드에 대한 선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