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물류 대란' 발생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항에서 컨테이너 선박과 트럭, 크레인 등이 멈춰서있다. /로이터
2021년 11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물류 대란' 발생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항에서 컨테이너 선박과 트럭, 크레인 등이 멈춰서있다. /로이터
미국 동부 항만이 자동화에 대한 노조의 반발로 오는 10월 멈춰 설 위기에 놓였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오는 30일 만료되는 노사 계약을 갱신하기 위한 협상의 최대 쟁점은 '항만 자동화'다. 노 측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는 앨라배마주 모빌항 입구에서 무인 검색 장비가 트럭을 검사한 것을 발견했다며 "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 계약이 사람이 관리하는 장비는 허용되지만 무인 장비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만 운영업체는 디지털 검색과 항만 노동자의 검사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ILA는 무인 자동화 장비를 결사반대하고 있다. 해롤드 대것 ILA 대표는 "내가 살아있는 한 자동화 장비가 노조에 들어와 우리를 해고하려는 시도는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1960년대 컨테이너 도입 이후 일자리가 대폭 줄어든 전례를 들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항만 운영업체들은 자동화를 통해 화물 처리량을 늘리면 노동자를 더 많이 고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자동화 기계 유지보수 및 수리 등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점도 내세우고 있다. 무인 컨테이너 운송차량 등 완전 자동화 기계를 도입한 미 서부 항만이 그 사례다. 미 해사동맹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서해안 항만 노조 등록자 수는 12% 증가한 1만6400명으로 집계됐다.

스티븐 에드워즈 버지니아항 최고경영자(CEO)는 자동화 기술이 없었다면 코로나19팬데믹 이후 물동량 급증, 볼티모어항 교량 붕괴 등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반자동 운영은 팬데믹 기간 내내 진가를 발휘했다"라고 강조했다.

노조가 자동화에 저항하면서 미국의 항만 경쟁력은 중국 등 경쟁국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월드뱅크(WB)와 S&P글로벌이 지난 6월 발표한 '2023 글로벌 컨테이너항 성과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405개 항만 중 가장 경쟁력이 뛰어난 항만은 △중국 상하이 양산항 △오만 살라항 △콜롬비아 카르타헤나항 △모로코 탕헤르항 △말레이시아 탄중 펠레파스항 순이었다. 2017년 개항한 양산항은 '완전 무인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가장 순위가 높은 미국 항만은 필라델피아항으로 55위였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