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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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스틸은 미국 소유로 남아야 합니다."(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대선후보가 모두 '미국 제조업의 자존심' US스틸을 일본제철에 매각하는 데 반대하고 나섰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 노동절인 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US스틸 본사가 있는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를 찾아 유세하며 "US스틸은 미국인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회사로 남아야 한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에 완전히 동의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지난 1월 US스틸을 일본제철에 파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양당 후보가 모두 US스틸 해외매각 반대를 공식화하면서 미국 경쟁당국의 합병승인만을 목전에 둔 매각절차가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조 입김에 매각 '표류'

US스틸은 1901년 피츠버그에서 설립됐다. 미국 철강산업을 독점하다시피 하며 2차세계대전까지 큰 호황을 누렸던 US스틸은 이후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 20여년 동안에는 중국과 한국 일본 등의 철강사에 밀려 직원수가 2만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작년 8월 미국 철강사 클리블랜드클리프스가 US스틸 인수 제안을 하면서 매각이 본격화됐고, 일본제철이 작년 12월 149억달러(약 20조원)를 부르면서 협상이 타결됐다. 유럽연합(EU) 등 미국을 제외한 모든 경쟁당국은 양측의 합병을 승인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을 위시한 정치인들이 매각을 반대하면서 매각절차는 완료 전 단계에서 표류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노조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자신이 집권한 시기에 철강산업을 살려냈다며 "US스틸이 일본에 팔린다는 것은 끔찍한 이야기이며, 즉각 저지하겠다"고 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US스틸은 국내 기업으로 남아야 한다"고 했다.

정치적 압력으로 인수전이 무효화되면 미국기업을 대상으로 다시 매각절차가 진행될 수도 있지만, 일본제철이 제안한 가격이 클리블랜드클리프스와 에스마크 같은 미국 경쟁사가 제안한 가격의 2배 수준이었기 때문에 양측 눈높이를 맞추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매각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양당 후보가 US스틸 매각에 공식적으로 반대를 표한 데 대해 일본제철은 이날 "다른 어떤 선택지보다 (거래 성사가) 미국 러스트벨트를 재활성화할 것"이라며 "미국 노동자와 국가 안전보장에 이익을 가져올 것으로 확신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일본제철은 지난 4월 "인수 후에도 US스틸은 원료채굴부터 제품 제조까지 미국에서 이뤄지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로 남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미국 내 보호무역주의 경향이 강해지면서 이런 약속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다.

○노동계 표심에 구애


해리스 부통령이 US스틸 해외매각 반대를 공식화한 것도 노동계 표심에 구애하기 위해서다. 그는 이날 피츠버그에 앞서 미시건주 디트로이트를 찾아 "노동조합이 강해야 미국이 강하다"며 노조가 미국 발전과 중산층 확대에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신이 당선되면 노조 활동을 방해하는 고용주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포함한 프로법(PRO Act)을 통과시키고 노조 파괴를 영원히 끝내겠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피츠버그에서 "나는 역대 가장 노조 친화적인 대통령"이라며 "월가가 미국을 만든 게 아니라 중산층이 미국을 만들었고, 노조가 중산층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전국위원회(DNC)는 이날 미시건 펜실베이니아 등 주요 경합주에 "트럼프는 반(反) 노조 구사대"라는 취지의 광고판을 설치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내가 백악관으로 복귀하면 모든 노동자와 기업이 번영하고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적었다.

미국 대선이 64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양측의 지지율은 초접전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해리스 부통령이 꾸준히 우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경합주 지지율은 거의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가 1~2%포인트 수준의 초박빙으로 나오는 중이다.

지난달 하순에 진행된 민주당 전당대회(DNC)와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RFK)의 트럼프 지지선언은 양측의 지지율에 큰 차이를 주지는 않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오는 10일 열리는 대선후보 TV 토론이 판세를 흔들 가장 큰 요인이 될 것으로 꼽히고 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