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까지 하락하며 안정세를 이어갔다. 3년 5개월 만에 최저치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류 물가 상승 폭이 축소됐고 농산물 물가도 안정세를 보였다. 정부는 기상이변 등 추가 충격이 없다면 2% 초반의 물가 안정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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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류 상승 폭 축소…농산물도 안정세

통계청이 3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114.54(2020년=100)로 1년 전보다 2.0% 상승했다. 2021년 3월 1.9%를 기록한 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4월 2.9%로 3%를 하회한 후 둔화세를 이어온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2.6%) 상승 폭이 커졌다가 지난달 다시 2.0%까지 떨어졌다. 공미숙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유가와 농산물 상승 폭이 많이 축소되면서 전체 물가 상승 폭이 많이 둔화했다”고 말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지수도 2.0% 안팎까지 하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1% 올랐다. 우리나라 고유의 근원물가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9% 올랐다. 전월(2.1%) 대비 상승 폭이 둔화했다.

품목 성질별로 보면 공업제품 물가가 1.4% 상승하면서 전체 물가를 0.47%포인트 끌어올렸다. 석유류 물가는 0.1% 상승하면서 전달(8.4%)보다 상승 폭이 크게 줄었다. 국제유가 하락세에 더해 1년 전 상승 폭이 컸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가 겹친 영향이 컸다. 전체 물가 기여도도 전달과 비교해 0.31%포인트 감소했다.

농·축·수산물은 2.4% 올랐다. 물가 기여도는 0.19%포인트였다. 이 중 농산물은 3.6% 올랐다. 전달(9.0%)에 비해 상승 폭이 둔화했다. 서비스 물가는 2.3% 오르며 전달(2.3%)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외식 물가는 2.8% 오르며 전체 물가 상승 폭을 상회했다.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했다. ‘밥상 물가’와 직결되는 신선식품지수는 작년 동월 대비 3.2% 오르며 전월(7.7%)보다 상승 폭이 많이 축소됐다. 지난 7월 21.3%까지 치솟았던 신선과실 상승률은 지난달 9.6%로 둔화했다. 다만 배(120.3%), 사과(17.0%) 등은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배는 최근 상승 폭이 축소되고 있다”며 “햇과일이 출하되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2% 초반대로 안정화될 것”

정부는 기상이변, 유가 불안 등 추가 충격이 없다면 물가 상승률이 2% 초반대로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OECD 주요국과 비교하면 한국이 정점이 가장 낮았고 2% 도달 시기가 상대적으로 빨랐다”며 “주요국에 비해 물가가 빠르게 안정화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올해 정부의 올해 물가상승률 목표치(2.6%)가 하향 조정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부는 추석 성수품 물가 안정을 위해 배추·무 등 20대 성수품을 역대 최대 규모인 17만t 공급하고 700억원 규모의 할인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달 말 끝날 예정인 수입 과일 할당관세 적용 기간도 바나나·망고 등 10종에 대해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한국은행도 선진국에 비해 물가가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열린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석유류·농산물가격이 큰 폭 둔화하면서 전월 대비 0.6%포인트 하락했다”며 “지난해 유가와 농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물가 흐름에 대해선 안정적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 부총재보는 “큰 공급충격이 없다면 현재와 비슷한 수준에서 안정된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5%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