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부산에서 열린 BGF리테일 물류센터 기공식에서 홍정국 BGF 부회장(왼쪽부터), 홍석조 BGF 회장, 박형준 부산시장, 김기영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이 첫 삽을 뜨고 있다.  BGF 제공
3일 부산에서 열린 BGF리테일 물류센터 기공식에서 홍정국 BGF 부회장(왼쪽부터), 홍석조 BGF 회장, 박형준 부산시장, 김기영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이 첫 삽을 뜨고 있다. BGF 제공
중국 e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가 수도권에 초대형 물류센터 건립을 추진 중인 가운데 쿠팡 등 국내 주요 유통사들이 대규모 물류 투자로 맞대응에 나섰다. 초저가에 특화한 알리에 배송까지 밀리면 시장을 잠식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中 알리 침공에…유통가, 물류센터 건립 러시
쿠팡은 내년 말까지 전국 9개 지역에 풀필먼트센터(FC) 등 물류시설을 짓고 1만 명 이상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3일 발표했다. 지난 3월 3조원을 투자해 사실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로켓배송(익일배송)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지 6개월 만에 세부 방안을 확정했다.

쿠팡의 신규 물류센터는 경북 김천과 칠곡, 충북 제천, 부산, 경기 이천, 충남 천안, 남대전, 광주, 울산 등 아홉 곳에 들어선다. 이 중 남대전과 광주 물류센터는 다음달 마무리 공사를 한 뒤 가동에 들어간다. 두 곳에서만 3300여 명을 채용한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시작한 2014년 이후 6조2000억원을 물류망에 투자했다.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 곳의 물류센터를 세웠다. 온라인 쇼핑의 최대 단점인 ‘늦은 배송’을 로켓배송으로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이 전략은 큰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 사상 처음 매출 30조원을 돌파, 국내 최대 유통사인 이마트를 넘어섰다.

쿠팡의 물류 투자 확대는 작년부터 한국 시장을 대대적으로 공략 중인 알리익스프레스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강하다. 알리는 올 3월 1조5000억원 규모의 한국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여기엔 대규모 물류센터를 짓는 방안이 포함됐다. 중국 직구 상품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 브랜드 상품까지 물류센터에 쌓아 뒀다가 한국 소비자에게 배송하려는 목적이다.

오프라인 유통사들의 물류 투자도 줄을 잇고 있다. 편의점 CU 운영사인 BGF리테일은 이날 부산에서 신규 물류센터 기공식을 열었다. 홍석조 BGF 회장과 장남인 홍정국 부회장, 박형준 부산시장 등이 참석했다. BGF리테일은 2200억원을 투자해 부산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에 연면적 12만㎡ 규모로 짓는 물류센터를 2026년 하반기 가동한다.

BGF는 알리와 직접 경쟁 관계는 아니지만 주된 고객이 20, 30대 젊은 층으로 알리 테무 등 중국 e커머스와 겹친다. BGF리테일은 물류망을 확충, 젊은 층에 인기 있는 상품을 빠르게 전국 편의점들에 공급할 계획이다. 또 몽골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 등 CU가 진출해 있는 국가에 상품을 공급하는 수출기지로도 활용할 방침이다. 홍 회장은 “부산 물류센터는 CU의 국내외 물류 경쟁력을 높이고 한국 편의점산업의 미래 혁신을 주도하는 상징적인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엔 한국 다이소를 운영하는 아성다이소가 세종시에 물류센터를 착공했다. 투자액은 4000억원 규모다. 아성다이소는 세종 물류센터에서 전국 다이소 매장에 공급할 상품뿐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다이소몰)을 통해 주문이 들어온 상품까지 배송하는 통합 물류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