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국군의날
폴란드의 ‘국군의날’은 우리의 광복절과 같은 날인 8월 15일이다. 1920년 폴란드를 침공한 소비에트 러시아군을 ‘비스툴라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전투에서 격파하고 수도 바르샤바를 지켜낸 날을 기념해 1923년 제정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날 바르샤바에선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달라진 풍경이다.

2년 연속 눈길을 끈 것은 퍼레이드의 주역이 K방산이라는 점이다. 다연장로켓인 천무의 폴란드 맞춤형 버전인 호마르-K가 가장 먼저 등장했고 K-2 흑표 전차, K-9 자주포 등이 위용을 뽐냈다. 폴란드 영공을 수호할 FA-50 경공격기도 빼놓을 수 없다. K방산이 폴란드 국민의 ‘러시아 공포’를 상당 부분 덜어준 셈이다.

세계에 자랑할 만한 이들 K방산 주역들이 다음달 1일 광화문에도 등장한다. 이례적으로 2년 연속 국군의날 퍼레이드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건군 75주년이던 지난해에는 국군의날이 추석 연휴와 겹쳐 9월 26일 시가행진을 했다. 무려 10년 만의 행사가 빗속에서 치러져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였을까. 국방부는 올해 국군의날을 프랑스의 ‘바스티유 데이’(혁명 기념일) 군사 퍼레이드처럼 군과 국민이 화합하는 행사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육군, 해군, 공군이 제각각 다르게 기념하던 날을 10월 1일로 통일한 건 이승만 대통령이다. 유엔군이 38선 돌파를 공식 승인한 10월 2일(1950년)이 국군의날이 될 뻔했는데, 하루 전 육군 3사단(백골부대)이 이미 38선 이북으로 진격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기념일도 하루 앞당겨졌다. 1973년부터 공휴일로 지정됐지만, 경제활동에 차질을 준다는 이유로 1991년 한글날과 함께 ‘빨간날’에서 빠졌다.

어제 국무회의 통과로 올해 국군의날이 임시공휴일이 됐다. 기업들 입장에선 생산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안보 환경이 엄중한 상황에서 국민이 국군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날로 삼는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적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안심하고 휴가나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것도 불철주야 전선을 지키는 장병들의 노고 덕분 아닌가.

김정태 논설위원 in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