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강국' 지위 굳히기 나서
탈원전에 산업 생태계 무너져
완공 12년 걸리고 비용 4배 초과
프랑스가 25년 만에 신규 원전을 가동한다. 원전 의존도를 낮추던 정책 기조를 전환해 다시 ‘원전 강국’으로서 지위를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고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원전만 한 에너지원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프랑스전력공사(EDF)는 2일(현지시간) 원자력안전청(ASN)에서 승인을 받아 프랑스 북서부 노르망디 해안 인근에 있는 플라망빌 원전 3호기에서 임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임계는 핵분열 연쇄 반응이 일정하게 지속되는 상태로 원전이 재가동 절차를 밟는 것을 의미한다.
플라망빌 원전 3호기는 이르면 올가을부터 전력을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총 1.65기가와트(GW)에 달하는 원전 발전 설비 용량 중 25% 정도까지 출력하는 시점부터 전력 공급망과 연결된다. 최대 용량 기준으로 약 3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프랑스의 57번째 원전인 플라망빌 원전 3호기는 예정된 일정보다 12년이나 가동이 지연됐다. 2007년 짓기 시작해 2012년 완공할 계획이었으나 건설 및 설계 과정에서 차질을 빚었다. 비용도 예상보다 네 배가 넘는 132억유로(약 19조5821억원)가 소요됐다. 레지스 클레멘트 EDF 원자력 생산 부문 공동책임자는 플라망빌 원전 3호기를 ‘역사적 단계’라고 평가하며 “해당 원전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향후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스의 원전 가동 지연 사태는 인력 부족 문제를 보여준다고 짚었다. ‘원전 강국’이던 프랑스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원전 의존도를 낮추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숙련된 노동자들이 이탈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최근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원자력발전이 각광받으며 프랑스는 원전 용량을 늘리는 추세다. 이날 EDF는 올해 프랑스의 원자력 생산량을 늘린다고 발표했다. 당초 목표였던 315~345테라와트시(TWh)에서 340~360TWh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증가분에 플라망빌 원전 3호기의 발전 용량은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프랑스는 유럽연합(EU) 전체 원자력발전량의 절반가량을 생산하고, 프랑스의 원자력 의존도는 전체 전력 생산의 70%에 달한다.
2022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국가 핵심 전략으로 원자력을 꼽았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은 최소 6개에 이르는 신규 원전을 건설하고, 추가로 8개 원자로 연구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FT는 EDF가 프랑스 원전 신축 사업과 관련해 520억유로(약 77조233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조달해야 하지만 프랑스 의회의 교착상태 등으로 연말까지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희망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 7월 총선 결과에 따라 구성된 프랑스 의회에는 현재 과반을 차지한 1당이 없어 정치적 불안정성이 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FT는 “세계적으로 원전이 다시 주목받는 가운데 EDF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등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7월 체코 원전 사업 수주전에서 EDF를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4조원 규모인 이 사업은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1000메가와트(㎿) 원전 2기를 건설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