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부의 물가 관리 목표치인 2.0%까지 하락했다. 3년5개월 만의 최저치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석유류 물가 상승폭이 축소되고 농산물 물가도 안정세를 보였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5월 5.3%까지 치솟았던 물가가 2년여 만에 목표치에 도달한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는 충분한 시기가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수 활성화 차원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진작에 낮췄어야 했다는 금리 인하 실기론도 제기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로 떨어지는 등 물가가 안정화되고 있다. 신선식품지수 상승 폭(작년 동월 대비 3.2%)도 전월(7.7%)보다 축소됐다. 한 소비자가 마트에서 과일 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로 떨어지는 등 물가가 안정화되고 있다. 신선식품지수 상승 폭(작년 동월 대비 3.2%)도 전월(7.7%)보다 축소됐다. 한 소비자가 마트에서 과일 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안정세 접어든 농산물값

통계청이 3일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14.54(2020년=100)로 1년 전보다 2.0% 상승했다. 2021년 3월 1.9%를 기록한 후 3년5개월 만의 최저치다. 지난 4월 2.9%로 3%를 밑돈 뒤 둔화세를 이어온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2.6%) 상승폭이 커졌다가 8월 다시 2.0%로 떨어졌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상승률도 2.1%로, 전월(2.2%) 대비 하락했다.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을 중심으로 구성된 체감물가인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했다. ‘밥상 물가’와 직결되는 신선식품지수는 작년 동월 대비 3.2% 오르며 전월(7.7%)보다 상승폭이 많이 축소됐다.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기상이변이나 국제 유가 불안 등 추가 충격이 없다면 물가상승률이 2%대 초반으로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OECD 주요국과 비교하면 한국이 정점이 가장 낮았고 2% 도달 시기가 상대적으로 빨랐다”고 밝혔다. 정부의 올해 물가상승률 연간 목표치(2.6%)도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커지는 금리 실기론…한은은 ‘불편’

한은도 선진국에 비해 물가가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물가가 완벽하게 안정되지는 않았지만 현 수준에서 조금씩 왔다 갔다 할 것”이라며 “우리의 예상 경로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현 물가만 놓고 보면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는 충분한 시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 안정 등 다른 것을 고려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적절한 타이밍을 생각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한은은 기준금리 결정에서 내수 경기보다 집값 안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시장에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관리 목표치인 2.0%까지 하락하면서 한은이 다음달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은은 지난달 22일 열린 금통위에서 13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그러자 대통령실과 여당은 이례적으로 “내수 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고 일제히 논평을 냈다. 정부는 내수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경기를 부양할 유일한 카드는 금리 인하라고 보고 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당초 지난 5월 한은이 금리를 점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8월에도 충분히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했는데 시점이 또 지나갔다”고 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도 “과도한 내수 침체를 유발하기 전에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경민/강진규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