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중국 다롄 낸드플래시 공장에서 독자 생산 기술인 ‘플로팅게이트(FG)’ 방식을 일정 기간 유지하면서 설비 투자를 늘리는 전략을 추진한다. 낸드플래시업계의 주류 기술로 평가받는 ‘차지트랩플래시(CTF)’로 전환하거나 매각할 수도 있다는 일각의 관측과 다른 결정을 내린 것이다.

SK하이닉스가 구식으로 평가받는 FG를 고수하기로 한 데는 이유가 있다. 기업 서버용 데이터 저장 장치인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의 핵심 부품 ‘쿼드러플레벨셀(QLC)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데 FG 방식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다롄 공장에서 기존 FG 방식을 활용해 낸드플래시를 계속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다롄 공장은 2020년 10월 인텔에서 인수했으며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30% 정도를 담당한다. FG 방식 기반으로 192단 제품을 주로 생산한다.

낸드플래시는 저장 공간인 ‘셀’이 전하 유무에 따라 0과 1을 기록해 정보를 읽는다. FG는 전하를 도체에, CTF는 부도체에 저장한다. 셀을 수직으로 쌓는 3차원(3D) 방식의 낸드플래시 기술이 도입되면서 CTF 방식이 대세가 됐다. CTF가 셀 사이 간섭을 줄이고 데이터 처리 성능을 높일 수 있어서다. 반도체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2025년 2월 인텔에 낸드플래시 사업부문(솔리다임+다롄 공장) 인수 잔금(약 20억달러)을 치른 뒤 CTF 방식으로 기술을 바꿀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가 다롄 공장의 FG 기술을 유지하기로 한 건 데이터 보존 능력의 우수성 때문이다. 다롄 공장의 간판 제품인 QLC 낸드플래시 양산에 유리하다는 의미다.

QLC 낸드플래시는 셀에 4비트를 저장할 수 있다. 비트 2개를 저장할 수 있는 멀티레벨셀(MLC), 3비트를 저장하는 트리플레벨셀(TLC) 낸드플래시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최근 낸드플래시 시장의 대세로 떠오른 대용량 저장장치 eSSD에 적합하다.

반도체업계 고위 관계자는 “SK하이닉스 자회사 솔리다임이 세계 최초로 64테라바이트(TB) 용량의 eSSD를 출시할 수 있었던 것도 QLC 기반 낸드 기술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며 “다롄 공장의 기술을 바꿀 유인이 현재로선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다롄 공장 투자를 늘려 비트 5개를 저장할 수 있는 펜타레벨셀(PLC) 낸드와 128TB eSSD 개발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