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플래시 업황이 회복되자 관련 업체들이 앞다퉈 기업공개(IPO) 등으로 자금 확보에 나섰다. 최첨단 제품 생산 라인을 늘리고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일본 키옥시아, 미국 웨스턴디지털(WDC), SK하이닉스 자회사 솔리다임 등 낸드플래시 업체 3곳이 IPO 또는 기업 분할 등을 추진 중이다. 이들 기업은 2022~2023년 진행된 낸드플래시 불황 여파로 재무 상태가 악화해 투자 여력이 소진됐다.

세계 3위(올해 1분기 기준 점유율 12.4%) 키옥시아는 오는 10월 상장을 목표로 도쿄증권거래소에 최근 IPO를 신청했다. 상장 후 시가총액은 1조5000억엔(약 13조8000억원)으로 추정된다. 키옥시아는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내년 가동될 예정인 이와테현 기타카미 공장 등에 투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5위(점유율 11.6%) 웨스턴디지털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와 낸드플래시 사업부의 분사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10월 데이비드 거켈러 최고경영자(CEO)가 분사 계획을 처음 공개했고 지난 3월엔 “올해 하반기에 법인 설립과 경영진 임명 등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웨스턴디지털의 분사 결정은 낸드플래시 사업 정상화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평가된다. 이 밖에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서버용 데이터저장장치 eSSD 전문 솔리다임도 미국 나스닥 상장을 저울질하고 있다.

일각에선 낸드플래시 기업들의 동시다발적인 투자 확대가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를 내놓는다. 시장조사 업체 디램익스체인지와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웨이퍼 공급량은 2023년 160만 장에서 2025년 218만 장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버용 낸드플래시와 SSD 수요는 강하지만 PC와 스마트폰 기업에는 낸드플래시 재고가 쌓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