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자동차 업체 독일 폭스바겐그룹이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독일 내 공장 폐쇄와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폭스바겐이 본국 공장 폐쇄를 검토하는 것은 1937년 설립된 후 87년 만에 처음이다. 비야디(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의 공세에 전동화 전환이 더딘 유럽 자동차 업체가 무너진 셈이다. 폭스바겐의 부진은 현대자동차그룹에 단기적으로는 호재지만, 중국차의 경쟁력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는 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자동차산업이 매우 어렵고 심각한 상황에 있다”며 “폭스바겐은 포괄적인 구조조정을 거쳐야 하고, 공장 폐쇄도 이제는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독일 공장의 경쟁력 저하와 함께 경쟁자들의 유럽 진입을 이유로 들었다.

폭스바겐그룹은 볼프스부르크, 브라운슈바이크, 잘츠기터 등 독일에 10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완성차 공장과 부품 공장을 각각 한 개 이상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폭스바겐은 이와 함께 “1994년부터 유지해온 고용안정 협약을 종료하겠다”며 인력 구조조정도 예고했다. 독일 매체 슈피겔은 구조조정 인력이 2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과 중국 전기차 업체의 침투가 폭스바겐을 벼랑 끝으로 내몬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올해 1~7월 유럽 전기차 등록 대수는 109만 대로 1년 전보다 0.6%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같은 기간 중국 전기차 등록 대수(8만 대)는 21%나 늘었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는 글로벌 3위인 현대차그룹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다양한 전기차 모델과 하이브리드카를 거느린 만큼 폭스바겐 수요를 일부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중국 전기차 업체의 글로벌 시장 공략이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현대차에도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경제/신정은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