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부터 자산운용사, 은행·보험사, 기금관리자 등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시장에 참가할 수 있게 된다. 배출권 시장을 키우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개인투자자도 증권사를 통해 배출권 거래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은행·운용사도 탄소배출권 사고판다
환경부는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4일부터 40일간 입법예고한다고 3일 밝혔다. 개정안은 내년 2월 시행되는 배출권거래법이 위임한 배출권 거래 시장 활성화 세부 방안과 정부의 배출권 관리 강화 방안 등을 담았다.

개정안에 따르면 배출권 시장에 참가할 수 있는 ‘시장참여자’의 범위가 기존 할당 대상 업체(배출 기업), 시장 조성자 및 배출권 거래 중개회사(위탁매매업체)에서 집합투자업자(자산운용사), 은행 및 보험사, 기금관리자 등으로 확대된다. 환경부는 시장 참여자가 늘어나면 배출권 거래가 활성화돼 배출권 가격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배출권 거래 중개회사 등록 요건과 준수사항, 업무정지나 등록취소 등의 처분을 내릴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현재 증권사는 배출권 거래 중개회사로 시장에 참여하고 있지만 시행령에 중개회사 등록요건과 준수사항 등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중개행위는 하지 못하고 있다. 증권사가 배출권 거래 중개회사 역할을 하게 되면 개인투자자도 증권사를 통해 배출권을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한국의 배출권 거래 규모는 유럽연합(EU) 배출권 시장의 30분의 1 수준”이라며 “개정안이 시행되면 시장 참가자가 150여 곳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배출권 거래 시장 참가자는 지난 4월 기준 780여 개 배출권 할당 대상 업체와 8개 시장조성자, 21개 증권사 등에 그친다.

개정안은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배출권 할당 취소 기준을 할당량의 50%에서 15%로 조정했다. 구체적으로 배출량이 할당량의 15% 이상 25% 미만 줄어들면 절반, 25% 이상 50% 미만 감소하면 75%, 50% 이상 감축되면 100% 취소하도록 했다. 경기 악화 등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경우 기업들이 별다른 배출 감소 노력을 하지 않고도 잉여 배출권을 판매해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비판을 반영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 3년간 연평균 잉여배출권은 3000만t 정도로 추정된다”며 “새 기준이 시행되면 4000만t 정도의 할당 취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