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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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위의 자동차제조업체이며 독일의 국민차인 폭스바겐이 87년 역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은 가운데 처음으로 독일내 공장 폐쇄와 감원을 검토중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은 2015년 배기가스 스캔들 이후 브랜드의 이미지 하락과 배상금 등으로 300억유로(44조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하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여기에 수년간 과잉생산과 경쟁력 저하에 전기화가 늦어지면서 테슬라에 초기 전기차 시장을 뺏기고 최근에는 저가로 무장한 중국산 전기차의 유럽진출 확대로 역풍을 맞으면서 위상이 추락중인 유럽 자동차산업의 현재를 보여준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그룹 최고경영자 (CEO)는 전 날인 2일 성명을 통해 "수익을 못내는 독일내 최대공장 폐쇄도 검토할 수 있으며 2029년까지 해고를 금지하기로 한 1994년부터 시행해온 일자리보호 공약도 철회해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저스트 오토의 데이터에 따르면, 유럽내 자동차 판매량은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20%가량 적다. 분석가들 기준으로는 폭스바겐과 스텔란티스, 르노 등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운영하는 공장가운데 수익을 내지 못하는 수준에 도달한 공장이 30개 이상이다. 수익을 못내는 공장에는 유럽에서 가장 큰 공장인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폭스바겐의 방대한 공장이 포함된다.

회사가 독일 최대공장의 폐쇄 및 해고를 고려하게 된 것은 회사의 핵심인 폭스바겐 브랜드의 위기 때문이다. 폭스바겐 브랜드의 영업 이익은 전년 동기의 16억 4천만 유로(2조4,300억원)에서 9억 6,600만유로(1조4,300억원)으로 감소했다.

폭스바겐 그룹은 이익 마진이 높은 포르쉐와 아우디도 갖고 있지만, 대중적 브랜드 폭스바겐과 저가 브랜드 스코다 및 세아트 등도 포함된다.

DPA 통신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지난 1988년에도 적자가 누적되자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웨스트모어랜드에 있는 미국 공장을 폐쇄한 적이 있다.

폭스바겐은 해고를 피하기 위해 조기 퇴직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중이지만, 역풍이 훨씬 크며 지금은 이런 조치가 늦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장 폐쇄나 해고 등은 노동자 대표들과 협상해야 하며 시간이 오래 걸릴 가능성이 크다.

독일 정부도 폭스바겐의 공장폐쇄 언급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3일(현지시간) 독일의 경제부 장관 로버트 하베크는 폭스바겐의 공장폐쇄 언급에 대해 “이 같은 결정은 근로자에 대한 책임과 독일이 강력한 자동차 중심지로 남아야한다는 목표를 염두에 두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폭스바겐의 위기를 가속화한 2015년의 디젤 자동차 배기가스 스캔들과 관련해 전 최고경영자(CEO)인 마틴 빈터코른이 3일 독일 법원에 출두해 다시 한 번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사기 사건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다.

빈터코른은 4명의 전 폭스바겐 관계자와 함께 2019년에 배기가스 조작 기술을 장착한 폭스바겐 차량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배기가스 조작 기술의 개발은 몰랐으나 그 장치에 대해 인지한 후에도 사용을 중단시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배기가스 사기사건은 전세계적으로 분노를 불러일으킨 가운데 2015년 9월 미국 당국이 수사를 공개한지 며칠만에 빈터코른이 사임했다. 폭스바겐은 배기가스 스캔들로 300억유로(44조4,600억원)을 지불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