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 든 침체 우려에 리비아도 생산재개…WTI 4.36% 급락 [오늘의 유가]
리비아 동·서 정부가 원유 생산 중단의 원인이 된 중앙은행 총재 임명 사태를 수습하고 30일 내에 새 총재를 임명하기로 3일(현지시간) 합의했다. 2020년 7월 리비아 서부 자위야 지역 아자위야 정유공장 원유저장탱크. /로이터
리비아 동·서 정부가 원유 생산 중단의 원인이 된 중앙은행 총재 임명 사태를 수습하고 30일 내에 새 총재를 임명하기로 3일(현지시간) 합의했다. 2020년 7월 리비아 서부 자위야 지역 아자위야 정유공장 원유저장탱크. /로이터
3일(현지시간) 국제 유가가 4% 넘게 하락하며 9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중국 경제의 동반 침체를 경고하는 경제 지표가 발표된 동시에 리비아가 원유 생산을 재개한다는 소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4.36% 하락한 배럴 당 70.34달러에 거래됐다.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3.78% 내린 73.74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가격이 75달러 아래로 내려온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WTI는 지난해 12월13일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다시 고개 든 침체 우려에 리비아도 생산재개…WTI 4.36% 급락 [오늘의 유가]
이날 유가 급락에는 전세계 소비를 지탱하는 미국과 중국 경제가 모두 위축될 수 있다는 데이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2로 예상치 47.5를 밑돌았다. ISM PMI는 지난 4월부터 5개월 연속 50을 밑돌며 경기 침체 신호를 보내고 있다.

티머시 피오레 ISM 협회장은 "통화정책과 대선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들이 자본 및 재고 투자를 꺼리고 있고 수요는 여전히 부진하다"고 분석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 글로벌의 8월 미국 제조업 PMI도 47.9로 전월치 49.6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달 31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8월 중국 제조업 PMI도 49.1로 4개월째 경기 위축을 가리켰다. 시장 예상치인 49.5를 하회했다.차랄람포스 피수로스 브로커XM 수석 투자분석가는 "주말 중국 PMI 데이터가 예상보다 약세를 보이자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말부터 진행된 리비아 원유 생산 중단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도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날 리비아 서부 통합정부(GNU)와 동부 국가안정정부(GNS)는 30일 이내에 리비아 중앙은행 총재와 이사회를 임명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서부 GNU가 석유수입 통제권을 쥐고 있는 중앙은행 총재를 교체하려 하자 GNS가 반발하며 동부 지역 석유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

브렌트유의 심리적 저지선인 배럴 당 75달러가 무너지면서 71달러까지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레 한센 삭소 은행 상품전략책임자는 이날 "리비아의 원유 공급 중단 역시 유가를 끌어올리지 못 했다는 사실은 현재의 약세 심리를 더욱 강조한다"라며 "브렌트유가 75달러 지지선보다 더 내릴 경우 새로운 모멘텀 매물이 유입돼 다음 지지선인 71달러까지 이동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10월 인도분 미국 휘발유 선물도 5.5% 하락하며 2022년 7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조 들루라우 라보뱅크 전략가는 "노동절(9월 첫째주 월요일)를 기점으로 연휴 기간인 '드라이빙 시즌'이 끝났고, 충분한 재고가 휘발유에 추가 압력을 가하면서 큰 하락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패트릭 드 한 가스버디 애널리스트는 "유가 급락으로 인해 소매 휘발유 가격이 10월 말까지 2021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