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이 탑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이 탑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해외여행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외국 항공사(외항사) 소비자들의 피해구제 신청률이 국내 항공사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4일 한국소비자원은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접수된 항공 여객 운송 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국내 항공사 1440건과 외항사 1243건 등 총 2863건이라고 밝혔다. 국적별로 외항사가 10만명당 3.6건으로 국내 항공사(1.2건)의 3배에 이른다.

그런데도 피해구제 합의율은 외항사가 51.2%로 국내 항공사 59.9%보다 약 9%포인트 낮았다.

외항사 피해구제 신청 건의 41.8%(520건)가 비엣젯항공와 필리핀에어아시아, 타이에어아시아엑스, 필리핀항공, 에티하드항공, 터키항공 등 6개 사를 대상으로 접수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6개 항공사 피해 유형을 살펴보면 항공권 환급 거부와 위약금 과다 청구가 60.6%(315건)로 가장 많았고 항공편 결항과 지연 22.5%(117건), 정보제공 미흡에 따른 피해 3.7%(19건), 위탁수하물 파손·분실 3.3%(17건) 등의 순이었다.
/사진=한국소비자원
/사진=한국소비자원
항공권 환급 거부와 위약금 과다 청구의 경우 구매 직후부터 위약금을 과다하게 청구하거나 환급 자체를 거부하는 사례가 많았고, 코로나 당시 경영난으로 환급이 지연돼 피해구제를 신청한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A씨는 지난 4월 22일 외항사를 통해 서울-베트남 푸꾸옥 왕복 항공권 7매를 767만원을 주고 구매했다가 바로 다음 날 취소했는데, 이 외항사는 구매 금액의 15%가량인 126만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공제하고 환급해줬다.

항공편 결항 및 지연은 결항·지연 사유에 대한 자세한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배상을 거부하는 피해 사례도 빈번했다. 결항·지연 과정에서 승객들에게 사전 고지하거나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불만도 있었다.

B씨는 지난 3월 22일 필리핀에서 외항사의 항공편으로 귀국하기 위해 공항에서 대기하던 중 탑승 10분 전에 결항 통보를 받았다. B씨는 대체 항공편으로 다음날 귀국한 뒤 배상을 요구했지만, 항공사는 이를 거부했다.

C씨는 지난 3월 3일 베트남에서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공항에 도착해보니 항공편이 사전 고지 없이 3월 5일로 변경됐다. 이의제기하고서 다음 날 새벽 항공편으로 귀국한 뒤 항공사에 보상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소비자원은 6개 항공사에 항공권을 착오로 구매했거나 구입 후 이른 시일 안에 취소 요청한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할 것과 항공편의 결항·지연 시 승객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처를 하고 구체적인 사유를 알릴 것을 권고했다. 항공사들은 24시간 고객센터 운영과 내부 규정 마련 등의 계획을 회신했다.

소비자원은 권고 내용과 외항사의 답변을 토대로 피해 발생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겠다는 계획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항공권 구매 전 취소 가능 여부, 위약금 규정을 확인하고 구매 후에는 항공편 일정이 변경될 수 있으므로 수시로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며 "위탁수하물을 인도받은 뒤에는 반드시 파손·분실이 있는지 검수하고 문제가 생기면 항공사에 즉시 통보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