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뉴진스 '디토'/사진=어도어
그룹 뉴진스 '디토'/사진=어도어
"대체 뭐가 불만이길래 돌고래유괴단을 계약 위반 및 허위사실 유포자로 만드는 겁니까? 제가 탄원서를 써서 이러는 건지, 하이브의 뮤직비디오 제작을 거절해서인지, 뉴진스 지우기에 나선 것인지 모르겠지만 언론플레이로 진실을 호도하지 맙시다."

그룹 뉴진스의 '디토', 'ETA' 등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돌고래유괴단 신우석 감독이 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뉴진스의 소속사 어도어의 입장 발표에 반박하며 발끈했다.

앞서 돌고래유괴단이 운영하던 유튜브 채널 '반희수'가 삭제돼 의구심을 자아냈고, 이에 대해 신우석 감독은 "경영진이 바뀐 어도어의 정책에 변화가 있는 것 같다"며 "어도어 측의 삭제 요구에 의해 그동안 돌고래유괴단이 작업해 업로드했던 뉴진스 뮤직비디오 및 관련 영상 및 채널, 앞으로 업로드 예정이었던 영상은 모두 공개할 수 없게 됐다"면서 앞으로의 협업을 끝낸다고 밝혔다.

반희수 채널은 '디토' 뮤직비디오에서 뉴진스 다섯 멤버들의 모습을 캠코더로 담는 인물 '반희수'가 운영한다는 콘셉트다. 뉴진스를 바라보고 응원하는 팬덤 '버니즈'를 의미하며, 언어유희를 통해 반희수라는 이름이 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희수의 계정은 인위적인 세계관 형성이 아닌 자연스러운 몰입을 유도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참신하다'는 호평받았다.

이후 논란이 되자 어도어 측은 "돌고래유괴단이 자체 SNS 채널에 올린 ETA 뮤직비디오 디렉터스 컷은 과거 광고주와도 이견이 있었던 부분이 포함된 편집물로, 광고주와의 협의 없이 무단으로 게시됐다"며 "돌고래유괴단 측에 해당 디렉터스컷 영상에 대해 게시 중단 요청을 하였을 뿐, 반희수 채널 등 뉴진스에 관련된 모든 영상의 삭제 혹은 업로드 중지를 요구한 사실은 없으며, 어도어의 채널 운영 정책 역시 바뀐 적이 없다"고 반박하며 신우석 감독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신우석 감독의 이번 글은 어도어 측의 입장문에 대한 재반박이다.
/사진=돌고래유괴단 신우석 감독 인스타그램
/사진=돌고래유괴단 신우석 감독 인스타그램
신우석 감독은 "유선으로 디렉터스컷 업로드에 대해 합의한 사항을 재확인했고, 당시 제작을 위해 모인 3사는 팬들을 위해 디렉터스컷을 돌고래유괴단 채널에 공개하기로 합의했다"며 "왜 입장문에 상관도 없는 제 3자를 끌어들여 언론플레이하냐. 이는 광고 업계 불문율을 무시하는 처사임과 동시에 비즈니스의 기본인 신의를 저버리는 행동"이라며 어도어 측의 입장문이 '거짓 주장'이라고 했다.

더불어 "어도어에 귀속된 저작권과 초상권을 가진 영상은 공식 계정에만 공개할 수 있고, 제3자 채널에는 존재할 수 없다며 삭제 요청을 해 온 것은 어도어"라며 "일요일 저녁에 일방적으로 월요일 오전까지 삭제하지 않으면 돌고래유괴단에 내용증명을 보내고, 위약벌로 용역 대금의 2배를 청구하겠다며 협박을 해놓고 인제 와서 뭐라는 겁니까? 혹시 삭제 이후에야 반희수 채널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아닙니까?"라고 저격했다.

신우석 감독은 또 "상식적으로 세상에 어떤 감독이 자기 작업물을 스스로 불태워버립니까? 제가 그럴 이유가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반문하며 "반희수 채널은 제가 연출한 '디토'라는 작품의 연장선이었고, 어도어에 굳이 자청하여 아무 보수 없이 팬들을 위해 만든 채널과 영상들이었다. 그런데 제가 인제 와서 갑자기 아무런 동기도 없이 다 삭제해 버렸다는 거냐"고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돌고래유괴단은 뮤직비디오를 좋은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작품의 완성도와 팬들을 위해 무보수로 작업을 자처했다"며 "현 어도어의 '기존 협의를 뒤집는' 부당한 요구에도 영상을 삭제했다. 당시 합의 사항도 모르면서 대체 뭐가 불만이길래 돌고래유괴단을 계속 계약 위반 및 허위사실 유포자로 만드냐"고 덧붙였다.

어도어는 민희진 전 대표가 이끄는 하이브의 레이블이었다. 하지만 하이브와 민 전 대표와의 갈등이 불거진 후, 하이브는 "제작과 경영의 분리"를 앞세워 어도어의 새 수장으로 하이브의 최고인사책임자(CHRO)인 김주영 대표를 선임했다.

증권가에서는 하이브의 내홍이 "일단락 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에 주가가 다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새 수장이 오자마자 리스크가 불거졌다는 점에서 어떻게 상황이 수습될지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여기에 뉴진스 멤버들까지 "답답하다"면서 심경을 전하고, 뉴진스 팬덤에서도 하이브와 하이브의 자회사이자 그룹 르세라핌의 소속사인 쏘스뮤직, 온라인 연예매체 기자를 경찰에 고발하며 하이브와 민 전 대표 간의 법정 다툼이 확산할 조짐이다.

버니즈는 3일 "어도어 이사회 및 하이브는 뉴진스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훼손하거나 앞으로의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멈추기를 촉구한다"는 성명문도 냈다.

뉴진스가 일본 활동을 마치고 후속 앨범과 내년 월드 투어를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면서 "하이브가 주장하는 (어도어의) 경영과 제작의 분리 방침과 대표이사 해임 결정은 민희진 전 대표를 뉴진스 관련 업무에서 배제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뉴진스의 음악과 연예 활동이 중단 혹은 변경되는 등의 결과가 초래되지 않도록 하이브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고 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