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SK바이오팜이 중국의 바이오회사로부터 방사성의약품 후보물질 ‘SKL35501(FL-091)’의 권리를 들여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SKL35501은 아직 상용화된 적 없는 방사성 동위원소 악티늄-225(Ac-225)를 활용한 물질이다. 업계에서는 Ac-225은 상용화를 위해서 여러 관문을 넘어야 한다고 분석한다.

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지난 7월 중국 홍콩 풀라이프 테크놀러지스(Full-Life Technologies)와 방사성의약품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선지급하는 계약금 117억8100만원을 포함해 총 마일스톤 최대 7920억9900만원이다.

방사성의약품은 ‘방사성 동위원소(암세포 공격)-링커-타깃을 찾아가서 결합하는 리간드’로 구성된다. 리간드는 항체, 펩타이드, 저분자화합물이 사용되고 있으며, 타깃을 정확히 찾아가는 ‘특이성’이 중요하다. 방사성 동위원소가 타깃이 아닌 다른 세포에 작용할 경우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방사성 동위원소는 종류에 따라 반감기, 작용 범위가 다르다. 따라서 적응증 마다 적절한 방사성 동위원소를 선택해야 한다.

SKL35501은 타깃 리간드로 저분자화합물, 방사성 동위원소는 Ac-225을 사용한다. SKL35501이 적용한 저분자화합물은 대장암, 전립선암, 췌장암 등 다양한 고형암에서 과발현되는 수용체 단백질인 뉴로텐신 수용체-1(Neurotensin Receptor-1)에 결합한다.

소분자인 저분자화합물은 분자량이 낮아 고형 종양을 포함한 조직에 쉽게 침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감기가 짧아 오프타깃(의도된 대상이 아닌 정상세포를 의약품이 공격)에 대한 우려도 적다.

다만 짧은 반감기는 지속적인 방사성량을 전달하기에 적당하지 않아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또 저분자화합물은 항체, 펩타이드 등의 리간드와 동일한 수준의 특이성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 타깃과 비슷하게 생긴 세포에도 잘 결합하는 특성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인체 내 잠재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생물학적 타깃(단백질 또는 수용체)에 대한 오프타깃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특이적 결합이 관찰되지 않았다”며 “더불어 신경텐신 수용체 하위 유형(Neurotensin receptor subtype)들과의 선택성 문헌을 확인해본 결과 SKL35501 저분자 화합물은 NTSR1에 선택적으로 결합함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물실험을 통해 선행 약물 대비 우수한 종양 흡수(Tumor uptake, 방사성의약품이 종양에 흡수되거나 축적되는 과정)와 유지력(retention)을 보였기 때문에 사람에서도 선행 약물 보다 안전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동물 데이터의 경우 OLINDA 프로그램을 이용한 선량 측정 분석을 통해 투여 시 인체에 노출되는 선량을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Ac-225은 아직 글로벌에서 개발 초기 단계인 ‘알파선’ 방사성 동위원소이다. 방사성 동위원소는 ‘알파선’과 ‘베타선’이 있다. 시판된 제품 4개 중 3개가 베타선, 1개가 알파선을 적용했다. Ac-225을 활용해 상용화된 제품은 없다.

베타선은 오랫동안 사용해 왔다. 특히 루테튬-177(Lu-177)이 적절한 반감기와 효능, 대량생산에 용이해 활발하게 신약으로 개발되고 있다. 방사성의약품 중 매출이 가장 높은 제품도 Lu-177을 사용했다. 노바티스의 전립선암 방사성의약품 치료제 플루빅토는 지난해 매출 8억51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알파선과 베타선은 장단점이 뚜렷하다. 알파선은 조직 침투 범위가 베타선보다 훨씬 짧고 높은 에너지의 전달로 매우 국소적으로 강력한 효능을 낼 수 있다. 베타선은 에너지 작용 범위가 알파선보다 넓고, 에너지 강도는 알파선보다 낮다. 넓은 범위의 종양을 치료하는데 적합하다고 평가한다. 알파선과 베타선은 적응증, 암의 전이 범위 등에 따라 적합한 것을 선택해야 한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다르다. 알파선은 워낙 강력한 효능을 내기 때문에 타깃이 아닌 곳에 작용했을 경우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베타선은 알파선보다 넓은 범위에 작용하기 때문에 오프타깃의 범위가 더 넓을 가능성이 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리코일 효과(Recoil effect)를 줄이기 위해, 타깃과 결합 시 세포 내 유입(internalization)을 유도해 결합되지 않은 방사성 동위원소(free radioisotope)가 혈액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따라서 리코일 효과와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화합물 발굴 및 개발 시 타깃의 internalization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방사성의약품에서 리코일 효과는 총을 쏠 때 따라오는 반동 에너지와 비슷하다. 강한 에너지의 알파선은 리코일 효과가 나올 경우 의도치 않은 건강한 조직에 손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또한 회사 측은 “동물 모델을 이용한 생체 내 분포(Biodistribution) 실험을 통해 방사성의약품이 종양 외 다른 정상 장기로 흡수되는 지 확인함으로써 부작용을 미리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Ac-225은 의약품 개발에서 선량 측정의 확립이 필요한 점도 관건이다. 대부분의 약물은 간과 신장을 통해 빠져나간다. 선량 측정은 규제기관에서 간과 신장에서 일정 이상의 방사성 에너지에 노출하면 안 된다고 정해 놓은 기준이다. 신체가 받는 방사성량을 계산하고 평가하는 것이다.

베타선인 Lu-177의 선량 측정은 광범위하게 연구됐고 이미 개발이 완료됐다. 반면 알파선인 Ac-225은 매우 짧은 범위에 입자를 방출하기 때문에 선량 측정 모델을 개발하기가 힘들다고 분석한다. Ac-225의 선량 측정은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이다. 선량 측정 개발 여부가 Ac-225의 품목허가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알파입자를 방출하는 Ac-225는 다른 방사성 동위원소보다 선량을 측정하는 것이 까다로운 것은 맞지만 선례를 참조해 허가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규제기관의 정책도 변경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Ac-225은 현재 글로벌에서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 자연에서 풍부하게 얻을 수 없으며 복잡한 공정을 통해 생산해야 한다. 임상에 필요한 규모로 Ac-225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은 극히 제한적이다. 미국 에너지부가 후원하는 오크리지 국립연구소(ORNL)가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공급난은 높은 생산 비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Ac-225으로 개발된 의약품은 접근성이 제한될 수 있다.

Lu-177은 미국, 유럽,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의 여러 원자로에서 생산되고 있다. Ac-225와 같은 새로운 방사성 동위원소보다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다. 강력한 생산 인프라로 상용화된 의약품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현재 공급량 부족에 의해 공급자 우위의 시장인 것은 맞다”며 “그러나 Ac-225 생산을 위한 다양한 기술들이 상업화를 목전에 두고 있어 향후 5년 내로 공급 불균형은 어느정도 해소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SK바이오팜은 최근 TPI사와의 공급계약으로 고순도 Ac-225를 안정적으로 확보했으며 다양한 Ac-225 생산 업체들과 공급 계약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K바이오팜은 SKL35501에 대한 전임상을 진행 중이다. 2025년 임상 1상 착수가 목표이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4년 9월 4일 19시12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