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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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와 테일러 스위프트에 열광하는 ‘아미’(BTS 팬클럽)와 ‘스위프티’(스위프트 팬클럽)들은 4050 ‘아재’(아저씨)들이 오아시스 재결합에 왜 열광하는지 이해가 안 될 지 모른다. 하지만 내년 7~8월로 예고된 그들의 콘서트 사전예매 티켓은 되팔기(리셀) 시장에서 1000만원을 훌쩍 넘겨버렸다. 오아시스 재결합 콘서트를 계기로 영국 정치권까지 수요와 공급 상황, 경쟁사의 가격 등을 고려해 티켓 판매가격을 수시로 바꾸는 ‘다이내믹 프라이싱’ 제도에 대한 문제제기에 나섰을 정도다. 억지로 1020세대의 이해를 구하지 않더라도 이 건 실존하는 현상이다.

그렇더라도 이 정도로 과열될 일인지에 관해선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도 많을 듯 하다. '경기급냉으로 가뜩이나 주머니 사정 팍팍한데, 그깟 콘서트에 수백만원을 쓴다고?'
2025년 예정된 오아시스 콘서트 티켓 /사진=연합뉴스
2025년 예정된 오아시스 콘서트 티켓 /사진=연합뉴스
블룸버그는 이런 흐름엔 아직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팬데믹의 여파가 일부 작용했다고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펼치는 ‘에라스 투어’의 티켓은 정가가 수백 달러, 리셀가격은 수천달러(다음달 마이애미 공연 기준 2000달러)에 달하지만, 상당수 소비자들이 일생일대의 경험을 하는 데 이 정도 돈을 쓰는 걸 아끼지 않고 있다.

올해 초 브레드 파이낸셜과 AAA의 조사에 따르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3분의 1 이상이 라이브 이벤트 티켓에 최소 500달러(약 65만원)를 지출한 적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뱅크레이트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38%가 빚을 질 의향이 있다”고까지 답했다. 소비자들이 높은 금리와 증가하는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데도 여전히 ’경험‘에 돈을 아끼지 않는 건 부분적으로 팬데믹으로 인해 콘서트와 스포츠 경기가 중단된 후유증 때문이라는 게 블룸버그의 분석이다.

여기에 오아시스 콘서트의 경우 상당수 팬들이 티켓 가격을 지불하는데,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연령대가 됐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오아시스의 경우 1990년대 중반이 인기 절정이었다. 만큼 당시 10대였던 팬들은 이제 중장년층으로 성장했다.

독일 뮌헨에 거주하는 41세의 안드레아스 그러에거 지멘스 부사장은 콘서트를 보기 위해 영국이나 아일랜드로 날아가는 걸 고려하고 있다. 10대 시절 콘서트에 갈 정도로 돈이 없었다는 그는 “이제 부사장이 된 만큼 비용은 상관 없다”고 단언했다.

유일한 걸림돌은 “이런 밴드의 티켓을 사는 게 아이비리그 대학에 입학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사실 뿐이다. 한국에서 오아시스 콘서트 티켓 구하기를 임영웅 콘서트 티켓 구하기에 비유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