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리튬광산 개발하다 촛불시위로 '휘청' [원자재 포커스]
발칸반도 내륙국 세르비아에서 리튬 채굴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광산 기업 리오 틴토는 2004년 세르비아 서부 자다르 지역에서 리튬 광산을 발견해 2021년 개발 허가를 획득하고 개발을 추진 중이다.

3일 외신에 따르면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 중심가에선 지난 주말에도 환경단체 에코가드 그룹 등 시민 수만명이 행진하며 리튬 광산 개발 반대 구호를 외쳤다. 환경단체 활동가 사보 마노일로비치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 시위는 리튬 채굴은 안 된다는 명확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10일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 시민 수만명이 리튬광산 개발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FP
지난 8월 10일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 시민 수만명이 리튬광산 개발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FP
리튬은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원료로, 전 세계적으로 커지는 전기차 수요와 맞물려 전략 자원으로 부상했지만, 채굴·정련 과정에서 환경오염 우려가 크다. 그런데 세르비아 정부가 자다르 광산의 환경 영향 평가와 타당성 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발 허가를 내줬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반대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조사에 따르면 세르비아 자다르 광산에는 약 120만t의 리튬이 매장돼 있다. 매장량 기준으로 세계 12위, 유럽 3위에 해당한다. 이는 연간 유럽 전기차 생산량의 17%에 해당하는 약 110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세르비아 정부는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대 시위가 잇따르자 광산 개발 허가를 취소했다. 그러나 최근 헌법재판소는 이 결정이 위헌이라고 판단했고 연임에 성공한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은 계획을 부활시켰다. 지난 7월 세르비아는 유럽연합(EU), 독일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세르비아가 EU와 독일에 리튬을 공급하는 조건으로 배터리와 전기차 공장을 유치하는 조건이다. 세르비아는 이러한 전략적 관계 구축을 통해 10년 넘게 추진해온 EU 가입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부치치 대통령은 2017년 집권한 뒤 2022년 연임에 성공했다. 친러시아 성향으로 알려졌다.

세르비아 정부가 리튬 광산 개발을 재개한 것은 침체된 경제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르비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EU 회원국 평균의 절반도 안 된다. 리튬 광산을 개발하면 2022년 총 640억유로에 달했던 연간 GDP가 100억~120억 유로 증가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야당 등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반대 여론은 여전하다. 에코가드는 "우리는 땅, 물, 공기, 민주주의, 법치주의를 위해 싸우는 모든 활동가를 수호해야 한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다만 선거 결과 등을 보면 여당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다수다. 이런 가운데 경제학자 알렉산다르 마트코비치는 광산에 반대하는 논문을 발표한 뒤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다. 그는 논문에서 "녹색 전환과 권위주의가 완전히 합쳐져 신식민주의로의 새로운 문을 열고 있다"는 등의 주장을 펼쳤다.

리튬 가격은 약세다. 상하이 금속거래소에서 탄산리튬 가격은 톤(t) 당 7만1500위안으로 t당 30만위안을 넘나들었던 작년에 비해 60% 이상 폭락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