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프 오사 세계무역기구(WTO) 수석 이코노미스트. 한국개발연구원(KDI) 제공
랄프 오사 세계무역기구(WTO) 수석 이코노미스트. 한국개발연구원(KDI) 제공
"최악의 경우 세계 경제의 실질 소득이 5%가량 감소할 수 있다."

랄프 오사 세계무역기구(WTO) 수석 이코노미스트(사진)는 4일 서울 태평로 더플라자 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면서 세계 교역이 분절화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약 5%의 실질 소득 감소'는 지금처럼 지정학적인 분절화가 장기화할 경우를 가정한 WTO의 시뮬레이션 결과다. 이날 기자 간담회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함께 연 '세계경제와 금융안정 컨퍼런스'를 계기로 마련됐다.

랄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른 세계 무역 환경 변화'에 대한 질문에 '지정학적 분열'을 언급했다. 그는 "전 세계는 지정학적으로 미국과 중국 중심의 두 개 블록으로 분열되는 과정"이라며 "두 블록 사이의 교역 증가 속도는 각 블록내 교역 증가 속도보다 4%가량 더 느리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 경쟁 여파로 각국이 동맹국과 우호국 위주로 공급망을 구축하는 ‘프렌드쇼어링’이 확대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WTO가 강조하는 규칙 기반의 다자무역 체제는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랄프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상황에서도 기회는 있다"며 "많은 국가가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 조달하는 '차이나 플러스원 전략'을 통해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랄프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자동차·반도체 등 미·중 긴장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을 보유하고 있어 여러 리스크가 있다"면서도 "한국도 (이런 흐름에 맞춰) 무역을 다변화하는 등 긍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무역에서 제조업뿐 아니라 서비스 부문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디지털 서비스의 교역 규모가 코로나19 이후 2배 가까이로 증가해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경제의 단기적인 리스크로는 대외적인 거시 경제 상황을 지목했다. 랄프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주 발표 예정인 미국 노동 통계를 통해서 미 경제 상황이 어떤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더 큰 우려는 사실 유럽 경제로 다음 달 업데이트될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