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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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깊은 고찰과 섬세한 감정 변화를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아내는 허진호 감독이 신작 '보통의 가족'을 내놨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덕혜옹주'에 이르기까지 멜로와 시대극을 가리지 않고 연출해온 그가 처음으로 서스펜스 드라마 장르를 선보이게 됐다. 출연진은 무려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이다.

10월 개봉 예정인 영화 '보통의 가족'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영화다. 헤르만 코프의 소설 '더 디너'가 원작이다.

허진호 감독은 4일 진행된 제작보고회에서 원작인 '더 디너'를 언급하며 "이 소설이 벌써 네 번째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만큼 영화감독들이 만들고 싶은 이야기"라고 밝혔다. 이어 "원작에서 지금의 한국 사회와 사람에 대해 궁금했던 것들을 담고 있었다"고 밝혔다.

허 감독은 또 "우리 사회가 가진 질문과 문제점이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아이들의 문제가 이 영화에서 큰 사건의 모티브가 된다. 교육, 빈부, 상류층의 책임감 등을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담았다"고 했다.

이 영화는 국내 개봉에 앞서 세계 4대 영화제로 꼽히는 제48회 토론토국제영화제부터 제44회 판타스포르토 국제영화제, 제38회 프리부르영화제, 제26회 우디네극동영화제, 그리고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등 19개의 영화제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100%로 전 세계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한 외신은 "허진호 감독이 탄생시킨 마스터피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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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감독은 "자식의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신념이 흔들리는 이야기다. 배우들의 신념이 변하는 과정을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저만 즐거웠는지 모르겠지만 네 명의 배우들이 보여주는 앙상블, 그 긴장감은 다른 작품을 했을 때 잘 못 느꼈던 재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네 분의 배우가 부딪힐 수밖에 없는데 사이가 너무 좋았다. 감독이 촬영장 가는 게 두렵기도 한데 이런 배우들이 있어서 그런 감정이 없었다"고 말했다.

설경구는 이에 "감독님은 현장 오는 게 즐거웠다고 하는데 저는 긴장하고 갔다. 필름으로 찍었으면 한 롤을 다 쓸 정도로 긴 시간을 한 호흡으로 찍어야 했다. 네 명의 배우가 긴장한 상태였다. 몰입하지 않으면 놓치게 되니까 호흡이 중요했다"고 거들었다.

영화 '킹메이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등을 통해 대한민국 대표 배우로서 강렬한 연기를 보여준 설경구는 '보통의 가족'을 통해 물질적 욕망을 우선시하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변호사 ‘재완’ 역을 완벽히 소화한다. 아이들이 사람을 죽이는 현장이 담긴 CCTV를 목격한 후 이성을 지키려는 ‘재완’으로 분한 설경구는 폭넓은 감정선으로 호연을 펼치며 작품의 중심을 끌고 간다.

설경구는 "평범하게 살다가 제게 상황이 주어지면서 이성을 지키느냐, 올바른 판단을 하느냐 갈등을 겪다가 어떤 결론을 내릴까"라며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장동건은 '보통의 가족'에서 신념을 지키려는 ‘재규’로 등장한다. 원리원칙을 중요시하는 자상한 소아과 의사인 ‘재규’ 역의 장동건은 사건이 담긴 CCTV를 목격한 후에 겪는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하며 영화의 몰입감을 높일 전망이다.

'창궐' 이후 6년 만에 영화에 출연한 장동건은 "떨리고, 설레면서 긴장도 된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작품으로 여러분께 선보이게 되어서 설렘 반 걱정 반이다"라고 말했다.

장동건은 "촬영을 하고 어려움을 겪은 부분은, 실제 아이가 있으니까 너무 구체적인 상상을 하게 되더라. 하기 싫은 상상을 하며 연기를 해야 해서 어려웠다"고 밝혔다.
수현(왼쪽), 김희애 /사진=연합뉴스
수현(왼쪽), 김희애 /사진=연합뉴스
넷플릭스 '돌풍, ''퀸메이커', 영화 '윤희에게', 드라마 '부부의 세계', '밀회' 등을 통해 한계 없는 스펙트럼을 선보인 김희애는 이 영화에서 가족을 지키려는 ‘연경’으로 분해 깊이 있는 연기 내공을 선보일 예정이다. ‘연경’은 가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인물로 서로 다른 의견을 내세우는 가족들과 격돌하는 모습을 독보적인 연기력으로 소화하며 극을 장악한다.

김희애는 "푼수 같기도 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여성 역할이라 현실 세계의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김희애의 연기에 대해 "이렇게 귀여운 배우였나 생각하게 됐다"고 거들었다.

최근 김희애와 함께 여러 작품을 촬영한 설경구는 "매년 작품이 공개됐다. 김희애와 함께라면 '열일'이 아니라 '백일'이라도 하겠다"며 "저는 좀 무섭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수현은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등을 통해 할리우드와 한국을 오가는 글로벌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보통의 가족'에서 자기관리에 철저하고 쿨한 여성의 표본인 ‘지수’를 연기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한국 영화에 출연하게 된 수현은 "이전에도 몇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저와 맞지 않는 옷 같은 느낌이었다. 이번 작품에 출연한 이유는 '어린 엄마 지수'인 것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인 것도 있고 허진호 감독님 영화라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허 감독님은 버킷리스트처럼 '꿈의 감독님'이었다. 그래서 캐스팅된 후 친구들에게 자랑도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아울러 "허 감독님의 작품은 여운이 남고, 아이코닉한 여성 캐릭터가 매력 있다"며 "이렇게 인연이 되어 정말 행복하고, 같이 의논하고 만들어 간다고 생각해 주셔서 감사했다"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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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은 허 감독의 현장에 대해 "외국 현장 같았다. 리허설에 굉장히 많은 시간을 소요한다. 처음에 리허설 할 때 7시간 동안 물만 마시면서 앉아 있었다. 하지만 지루할 틈이 없었다. 많이 배웠다"고 회상했다.

이에 설경구는 "예전에 '봄날은 간다' 찍으실 때 구경하러 간 적이 있었는데, 결국 촬영하는 걸 못 보고 가야 했다. 이젠 노동 시간이 있어 그러진 못하시는데, 촬영 때 감독이 배우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배우에게 생각하게 만드는 감독"이라고 거들었다.

설경구는 이 작품에 대해 "피 터지는 액션 영화는 아니지만 '구강 액션'이라고 할 수 있다. 강렬하고 재미있는 스토리가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장동건은 "러닝타임이 1시간 50분 정도인데 관객에게 가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말씀드린다. 여운과 떠오르는 생각을 느끼셨으면 좋겠다. 기대와 사랑 부탁한다"고 전했다.

김희애는 "영화를 찍으면서 '찐 작품'을 하는구나, 찐하게 연기했다. 많은 영화제에 초청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비평가분들께서 먼저 인정해주셔서 감사하고 여러분께 소개해 드릴 수 있어 설렌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