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군의관 3명이 배치되는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음. 사진=연합뉴스
4일 군의관 3명이 배치되는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음. 사진=연합뉴스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환자 수용을 거부하는 병원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엔 순간접착제가 눈에 들어가 실명 위기에 처한 한 여성이 20여곳의 응급실에서 모두 퇴짜를 맞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난 3일 SBS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일 서울 강남의 한 가정집에서 40대 여성 A씨가 순간접착제를 안약으로 착각해 눈에 넣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A씨는 위아래 눈꺼풀이 붙고 눈 안쪽이 검붉게 부어오르는 등 고통을 호소하며 119에 신고했다.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는 A씨에 응급조치를 취하고 서울 내 대형병원 응급실 이송을 위해 전화를 돌렸다.

그러나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20여 곳이 넘는 병원으로부터 “받아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결국 이송할 병원을 찾지 못한 구급대는 A씨에 “스스로 병원을 찾아봐야 한다”고 전하고 떠났다.
눈에 실수로 순간접착제를 넣은 여성이 20여곳의 응급실로부터 진료 거부를 당했다. 사진=SBS 보도화면 캡처
눈에 실수로 순간접착제를 넣은 여성이 20여곳의 응급실로부터 진료 거부를 당했다. 사진=SBS 보도화면 캡처
이후 A씨는 사고 당일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하다가, 이틀이 지난 평일에서야 치료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생명이 위독한 긴급 환자도 ‘응급실 뺑뺑이’를 도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4일에는 열경련이 온 28개월 여아가 응급실 11곳에서 이송 거부를 당했다. 1시간이 지난 후에야 겨우 응급치료받은 이 아이는 심각한 뇌 손상을 입고서 한 달째 의식 불명에 빠졌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소방청에서 받은 구급대 재이송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 10일까지 구급대가 환자를 네 차례 재이송한 사례는 17건이나 된다. 상반기가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지난해(16건)와 2022년(10건) 기록을 웃돈 것이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에는 119 신고가 급증해 이러한 사태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서울시는 오는 14~18일 추석 연휴 동안 응급 의료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비상 진료 대책을 가동하고 문 여는 병·의원 수를 500여개, 약국 1300여개를 지정·운영하기로 했다. 이는 올해 설 연휴 당시 문을 연 병·의원과 약국의 1.5배에 달한다. 25개 자치구 보건소와 7개 시립 병원은 경증 환자를 위한 응급 진료반을 운영한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