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목요일 성심당 매장 앞. /사진=독자 제공
지난주 목요일 성심당 매장 앞. /사진=독자 제공
"일단 빵을 보관하고 나니 주변 상권에 눈이 가더라고요. 성심당에는 4번째 방문인데 이번처럼 여유 있게 주변을 둘러본 건 처음입니다."

지난달 29일 오전 성심당을 방문해 케이크 구매에 성공했다는 30대 직장인 송모 씨는 이같이 말했다. 성심당 본점에서 빵을 구매한 뒤 인근 '빵 냉장고'에 제품을 보관했다는 설명이다.

지역 대표 빵집으로 꼽히는 대전 성심당 인근에 빵을 보관할 수 있는 창고가 등장했다. 지난달 3일 개소한 '으능이랑 성심이랑 상생센터'다. 성심당에서 빵만 구매하고 대전을 떠나는 방문객을 붙잡기 위해 은행동 상인회 측에서 마련한 공간이다.
/사진=대전광역시 중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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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당 본점으로부터 도보 1분 거리에 위치한 이곳은 빵의 냉장 보관 서비스를 주력으로 제공하고 있다.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되며, 빵은 영상 15도, 케이크는 영상 5도로 유지되는 공간에 보관할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보관 서비스를 예약할 수 있는데, 3시간 기준 케이크는 3000원, 빵은 봉투 1개당 2000원이 든다. 상생센터 한쪽에는 빵 보관 후 둘러볼 수 있는 대전 여행지에 대한 소개도 전시돼있다.

운영한 지 한 달 차이지만 벌써 온라인에서는 '빵당포(빵+전당포)', '빵장고(빵+냉장고)'와 같은 별칭이 붙었다. 빵 냉장고가 생겼다는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이제 성심당에서 케이크 사고, 저녁 야구까지 다 보고 올 수 있네", "이거 완전 괜찮다", "빵이 상할까 봐 매번 전전긍긍했는데 이제 걱정 없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앞서 지난 4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대전역사 내 사물함마다 성심당 빵 봉투가 놓여져 있는 사진이 화제 된 바 있다. 빵 봉투의 부피가 커 소지하고 다니기에는 불편한 상황을 드러낸 것이다. 케이크의 경우에는 기온이 높으면 변질되기 십상이라 단순한 사물함만으로는 보관하기 역부족이었다. 이에 성심당 방문이 대전 관광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는 지적까지 있었다.

빵장고의 등장과 함께 이른바 '성심당 마케팅'을 펼치는 지역 상점들도 늘어나고 있다. 성심당 영수증을 가져오면 물건값을 깎아주는 식이다. 대전시에 따르면 이러한 상생 협력 업체는 지난 4월 기준 20여곳 남짓이었으나 넉 달 만에 70곳으로 증가한 상황이다.

"제2의 성심당도 나와야"

각종 지역 상권 부흥 정책에도 온라인 내에서 성심당의 '빵만' 구매하려는 수요는 여전한 상황이다. 중고 거래 플랫폼 등에는 여전히 성심당 빵에 웃돈을 붙여 팔거나 아예 1만5000원가량의 배달비를 따로 받고 구매를 대행해주는 업자들이 횡행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러한 '성심당 특화 정책'이 기업의 지역 내 지위만 굳건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내비쳤다. 정책이 도리어 신흥 기업들을 조명할 기회를 막는다는 지적이다.
/사진=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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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논란이 일었던 코레일 유통과의 임대 수수료 논란과 관련해서도 지난달 22일 성심당 측에 유리한 방향의 법안이 국회에서 추진됐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이 역사 내 입주업체의 임대료(수수료) 상한을 주변시세를 고려해 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철도공사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이는 올해 초 대전역 내 성심당 매장의 계약기간 종료에 따라 코레일유통 측이 내부규정에 따라 월 수수료 4억5000만 원을 제시해 과다하다는 논란이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성심당이 지역사회에 일조하는 부분을 고려하면 공공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빵을 보관해 주변을 둘러볼 수 있게 한 발상이 참신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성심당이 이미 전국적으로도 성공해 독점적인 지위를 갖추고 있는 상황에서도 계속 성심당을 중심으로 한 제도나 지방행정 정책들이 나온다면 되려 성심당에 대한 의존성만 높아질 수 있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제2, 제3의 성심당을 새롭게 발굴하고 육성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