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혁 기자
사진=최혁 기자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유예를 저울질해왔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보완 후 시행’에 무게를 싣고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지난 1일 양당 대표 회담에서 ‘유예 불가’를 주장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금투세 도입을 위한 보완 입법에 속도를 내고 나섰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오는 24일 금투세 유예 문제와 관련해 당내 공개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당내 정책라인과 소관 상임위원회 위원들 사이 이견이 있는 가운데 이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겠다는 취지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형식은 금투세에 찬성, 반대하는 의원들을 2~3명의 팀으로 구성해서 토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형식상 토론을 할 뿐 사실상 ‘유예 카드’를 이미 접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임광현 민주당 의원은 총 6개 법안으로 구성된 금투세 보완 패키지 법안 발의를 발의하겠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이 법안에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로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를 허용하고, 연 납입금 한도를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늘리는 방안이 담겼다. 금투세 기본공제 한도를 연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이고, 손실 이월 공제 기한을 늘리는 내용도 포함됐다. 임 의원은 이 법안을 금명간 발의할 예정이다.

이 법안은 이재명 대표에게도 사전에 공유돼 지도부 차원에서 이미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투세 시행을 뒷받침하기 위한 민주당 차원의 당론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당초 이 대표는 지난 7월 민주당 전당대회 토론회에서 “금투세는 일시적으로 시행 시기 유예가 필요할 수 있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일 열린 여야 당 대표 회담에선 “유예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한도 확대 및 상법 개정 등 보완책을 마련해 예정대로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임 의원의 법안에 포함된 기본 공제 한도 상향 가능성은 열어뒀다.

이같은 정책 방향은 국내 자본 시장 가치 제고라는 목표에는 역행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 소속 이소영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국내 주식으로 번 돈에 대해선 없던 세금(금투세)을 도입하면서 해외 주식으로 번 돈에 대해선 있던 세금을 깎아준다니 일관된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같은날 “민주당 정책은 (금투세 폐지와) 정반대로 국내 주식 시장은 버리고, 해외 주식 편하게 사라는 말인가”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임광현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와 조세재정연구원도 ISA 투자 상품이 국내에만 한정돼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며 "국내 투자를 하든, 해외 투자를 하든 같은 제도를 이용하면 동일한 혜택을 주자는 것인데 이 안만 보고 국내 투자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문제"라고 해명했다.

정상원/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