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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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폭락의 여파가 4일(현지시간) 엔비디아 공급망에 연결된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기업은 물론 유럽 반도체 주식까지 전세계 반도체 주식에 연쇄 후폭풍을 불러 일으켰다.

엔비디아 주가는 전 날 뉴욕증시에서 9.53% 폭락하면서 시가총액으로 하루만에 2,790억달러(374조원)가 증발됐다. 이는 미국 증시 역사상 기업 가치가 하루만에 줄어든 금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이다. 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공동창업자인 젠슨황 최고경영자(CEO)의 개인자산도 하룻밤 사이 100억달러가까이 줄어든 949억달러가 됐다.

엔비디아는 4일 미국 증시 개장전 거래에서도 1% 하락한 10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전 날 엔비디아의 하락은 지난 주 예상치를 넘는 실적에도 AI랠리 둔화에 대한 우려로 하락압력이 지속된데다 ISM이 발표한 8월 제조업 PMI 부진으로 미국 경제 둔화 우려가 다시 높아진 영향이 컸다. 여기에 폐장후에는 블룸버그통신이 미국 법무부가 반독점 조사의 일환으로 엔비디아측에 소환장을 보냈다는 보도까지 전해졌다.

엔비디아의 가치 사슬은 메모리 칩 제조업체인 SK하이닉스와 대기업인 삼성전자를 통해 한국까지 확장됐다.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칩의 최대 공급자인 SK하이닉스는 8% 하락했으며 삼성전자 주가는 3.45% 하락했고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생산하는 대만의 TSMC 주가는 대만 증시에서 5.4% 떨어졌다. 반도체 장비업체인 도쿄일렉트론은 8% 급락했다. 반도체 설계회사인 암홀딩스의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소프트뱅크도 7.7% 떨어졌다.

유럽 반도체 기업도 유럽증시 개장 직후부터 하락했다. 첨단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노광장비를 만드는 네달란드의 ASML은 개장 직후 5% 급락했으며 독일 반도체기업인 인피니언도 3% 이상 하락으로 출발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엔비디아에 대한 조사를 확대하기 위해 엔비디아와 몇몇 회사에 소환장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조사는 아직 공식적인 기소 단계는 아니며 법무부가 엔비디아가 다른 AI 칩 공급업체로 전환하기 어렵게 만드는지에 대한 질의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에 따르면, 법무부는 엔비디아가 다른 공급업체로의 전환을 어렵게 만들고 자사의 칩을 독점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구매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는지 의심하고 있다.

조사에 대한 질문에서 엔비디아는 자사의 시장 지배력이 더 빠른 성능을 제공하는 제품의 품질에서 비롯된다고 답했다.

법무부는 또 4월에 발표된 런AI 인수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이 회사는 AI컴퓨팅을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으며 이 같은 인수로 고객들이 엔비디아 칩에서 다른 칩으로 전환이 더 어려워질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재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용 AI 칩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경쟁기업인 AMD와 인텔이 점유율을 좀처럼 늘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엔비디아는 약 10년전 개발한 쿠다(CUDA)라는 칩용 프로그래밍 언어를 개발했는데 이는 고급 AI모델을 훈련하는 엔지니어에게 중요한 도구로 부상하면서 쿠다 생태계를 만들어 엔비디아 칩 구매자들이 엔비디아 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것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분석가들은 엔비디아가 2020년 매출 160억 달러에서 올해 매출이 1,208억 달러에 달할 것이며 이 중 대부분이 데이터 센터 사업부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올해 이익 규모는 가장 가까운 경쟁사인 어드밴스드마이크로디바이시스(AMD)의 총매출 보다도 클 것으로 추정된다.
엔비디아급락 후폭풍…한국·대만·유럽 증시로 확산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