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골프를 '사치재' 취급하는 유일한 나라
4년 차 골프기자이지만 여전히 ‘백돌이’인지라 짬이 날 때면 골프연습장을 찾는다. 코로나19 때보다 인기가 시들하다고 해도 여전히 퇴근시간, 주말이면 타석 잡기가 쉽지 않다. 각 타석에는 편안한 운동복을 입고 한 타라도 더 줄여보려 구슬땀을 흘리는 사람으로 가득하다. 연습장 한 달 이용료 20만원대, 평범한 피트니스 센터와 비슷한 가격이다.

골프장도 마찬가지다. 접근성이 좋고 코스 관리가 잘된 골프장은 주말 예약이 여전히 치열하다. 가족끼리 라운드를 즐기는 팀도 많고, 친구들끼리 각자 비용을 부담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팀도 적지 않다. 코로나19 특수가 빠지면서 골프장 그린피도 지방을 시작으로 조정되는 분위기다.

골프의 가장 큰 장점은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경쟁을 즐기는 한국인의 기질과도 잘 맞는다. 작년 기준 국내 골프인구는 500만 명, 골프산업 규모는 22조원에 이른다. 80조원 규모 국내 스포츠산업의 20%가 넘는다.

골프 전문채널에서는 프로들의 경기 중계, 아마추어를 위한 레슨이 방송되고 골프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 유튜브 채널도 적지 않다. 골프를 일부 부유층만의 전유물로 보는 시각이 촌스러운 이유다.

그런데도 골프는 ‘사치재’라고 다시 한번 낙인찍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9일 “골프는 아직 많은 국민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이용하기에는 버거운 고급 스포츠이고, 1인 1회 입장에 대한 1만2000원이라는 세율이 과도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며 개별소비세법 1조 3항 4호에 대해 재판관 6 대 3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개별소비세는 특정한 물품이나 특정한 장소에서의 소비 행위에 매기는 세금이다. 1977년 국내 골프장이 8개뿐이던 시절 커피, 냉장고, 세탁기 등과 함께 과세 대상이 됐다. 이후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가전제품은 물론 스키장 입장료도 제외됐지만 골프는 유흥업소, 경마·경륜, 카지노 등과 함께 여전히 개소세를 낸다. 전 세계적으로 골프를 사치재로 간주해 중과세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헌재의 결정이 전해진 이날, 한 회원제 골프장 관계자는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어선 시대에 골프를 여전히 터부시하는 판결을 믿을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번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관들에게 묻고 싶다. “재판관님, 골프 쳐보신 적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