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세대별로 달리한 연금개혁안을 내놨다. 구체적으로 현재 소득의 9%인 보험료율을 21대 국회 때 여야가 합의한 13%까지 올리되 50대는 매년 1%포인트, 40대는 0.5%포인트, 30대는 0.3%포인트, 20대는 0.25%포인트씩 올리자고 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적게 내고 많이 받는’ 현 국민연금 혜택을 오래 누리는 중장년층이 좀 더 양보함으로써 세대 간 형평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리 있는 방안이다. 다만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고 중장년층이 반발할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전제돼야 한다. 국민연금 지급 보장을 법에 못 박는 방안도 논란 소지가 있지만 국민연금에 대한 청년층의 불신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는 만큼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연금 가입자 수, 기대여명 등에 따라 연금 수급액을 자동으로 줄이는 ‘자동조정장치’는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24개국에서 이미 시행하는 제도다.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2%로 올리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제대로 된 개혁이라면 40% 유지가 맞다. 다만 국회 공론화 과정에서 보험료율과 함께 소득대체율도 올리는 ‘더 내고 더 받는 안’이 우세했고 여소야대 국회에서 거대 야당이 이런 방안을 고집하는 상황에서 정부로선 다른 선택지를 찾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나마 민주당이 요구한 44~45%보다는 개혁적이다.

기초연금을 2027년까지 월 40만원(1인 기준)으로 인상하겠다고 한 건 실망스럽다. 65세 이상 노인 70%에게 월 33만원을 주는 지금 제도도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 부부가 함께 받으면 감액(20%)을 감안해도 월 수령액이 64만원에 달해 ‘국민연금 성실 납부자를 바보로 만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소득층을 두텁게 지원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꾸는 게 맞다.

정부가 국회에 책임을 미루지 않고 이제라도 연금개혁안을 낸 건 평가할 만하다. 21대 국회 막판에 논의된 연금개혁안은 연금 고갈 시기를 최장 9년 늦추는 데 그치지만 정부안은 32년 늦춘다. 최소 70년 뒤에도 끄떡없게 연금개혁을 하는 게 최선이지만 현실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차선책이라고 볼 수 있다. 국회도 전향적으로 논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