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의 하루평균 거래대금이 5조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여파로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자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등을 거래할 수 있는 ETF 시장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개미들 "주도주 안 보인다"…레버리지·인버스 단타 급증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ETF의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4조9757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월별 기준 최대 규모로, 7월(3조6702억원)보다 35.5% 급증했다. 유가증권시장 하루평균 거래대금(10조6455억원)의 46.7%에 육박했다.

ETF 거래대금이 급증한 것은 지난달 급락장이 펼쳐지자 파킹형,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에 뭉칫돈이 몰렸기 때문이다. 주로 증시 대기 자금이 몰리는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의 지난달 평균 거래대금은 1조4403억원으로 전달(5793억원) 대비 2.5배 가까이 증가했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와 ‘KODEX 레버리지’도 전달 대비 평균 거래대금이 각각 48%, 101% 불어났다.

뚜렷한 주도주가 없고 상승 동력도 보이지 않는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이 레버리지·인버스 등 ‘단타’에 몰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유가증권시장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10조6455억원으로 6월(12조9650억원)과 7월(12조336억원) 대비 급감했다. 거래량도 6월 평균 6억4137만 주에서 7월 4억6915만 주로 줄었고 8월엔 4억1394만 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 2일에는 유가증권시장 거래량이 2억6247만 주로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2020년 3월 급락장에서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에 투자자가 몰려 ETF 하루평균 거래대금이 유가증권시장의 67%에 달한 적이 있었지만 당시엔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도 함께 늘어났다”며 “투자자들이 박스권에 갇힌 국내 증시를 점점 더 외면하면서 단타에만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