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전문가들은 4일 정부가 발표한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못한 연금 구조 개혁안을 종합적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다만 자동조정장치, 세대 간 보험료 인상 차등 등 이해관계자 간 찬반이 갈리는 사안은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강구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정부가 연금 개혁 논의의 공을 지난 21대 국회로 넘기며 비판받았지만, 이번 개혁안에선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며 개혁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자동조정장치와 같은 구조개혁안은 역대 어떤 정부에서도 시도하지 못했다”며 “연금 개혁 논의 중 기념비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자동조정장치는 연금 재정 안정화를 위해 가입자 수, 기대여명, 경제 여건 등에 따라 연금 수령액을 조절하는 제도다. 석재은 한국사회복지학회장은 “(야당 등) 일각의 주장과 달리 정부가 검토하는 자동조정장치는 연금을 깎는 게 아니라 미세 조정하는 수준”이라며 자동조정장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한 것은 다소 아쉽다”며 “도입하자고 발표해도 될까 말까 한 어려운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은 젊은 세대를 설득할 수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이 연구위원은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세대별로 다르게 적용하면 국민연금을 향한 불신이 큰 청년 세대의 연금 개혁 수용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보장제도는 세대 연대가 가장 중요한 기반”이라며 “세대 간 다른 보험료율을 적용하는 게 적절한지와 관련해 사회적 공론화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윤 명예연구위원은 “야당 반발을 감안하면 소득대체율 40%를 고집하기 어려웠겠지만 정공법을 택했어야 한다”며 “연금 개혁 목표가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임을 고려하면 부족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도 “소득대체율을 40%로 낮추기 위해 고생한 2007년 연금개혁을 되돌리는 것이어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석 회장은 “개혁 시기를 실기하지 않도록 여야가 합의한 13%의 보험료율 인상만이라도 올해 통과시켜야 한다”며 “국회가 하루빨리 연금특위를 꾸려 개혁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