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AMD, 퀄컴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앞다퉈 인공지능(AI)용 반도체를 내놓고 있다. 스마트폰과 PC 등에 ‘온디바이스 AI’(인터넷 연결 없이 기기에서 실행되는 AI)를 적용하는 트렌드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온디바이스 AI 기기에는 최첨단 D램과 낸드플래시가 일반 기기보다 50~100% 정도 더 들어간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이에 발맞춰 온디바이스 AI 전용 메모리 반도체 개발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인텔은 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 시리즈2’(코드명 루나레이크) 출시 행사를 열어 새 칩의 성능과 향후 전략을 공개했다. 로버트 할록 인텔 클라이언트 AI·기술 마케팅총괄은 “2~3년 내 일상에서 사용하는 모든 소프트웨어에 AI 기능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은 루나레이크의 AI 구현 성능이 전작보다 평균 58% 개선됐다고 밝혔다. 예컨대 AI 노이즈 저감 기능은 94%, 화질 개선 기능은 1843% 좋아졌다. 이 칩은 대만 TSMC가 생산했다. 조시 뉴먼 인텔 클라이언트 컴퓨팅그룹 부사장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에도 칩 생산을 맡길 수 있다”고 말했다.

온디바이스 AI용 반도체 시장에 뛰어든 AMD와 퀄컴도 반격에 나섰다. AMD는 AI PC용 반도체인 ‘라이젠 AI 300’ 프로세서가 장착된 코파일럿+PC의 업데이트를 오는 11월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법률 문서 요약 등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강화하고 배터리 수명을 늘린 게 특징이다. 퀄컴은 크리스티아노 아몬 최고경영자(CEO)가 6일 베를린에서 개막하는 유럽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IFA 2024’에 참가해 온디바이스 AI 칩 전략을 설명한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온디바이스 AI용 칩 사업을 강화하는 것은 그만큼 시장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AI PC 시장은 올해 5000만 대에서 2027년 1억6700만 대로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3년 뒤 출시되는 PC의 60%가 AI PC라는 얘기다.

온디바이스 AI 시장의 성장은 메모리 반도체 업체에도 호재다.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최근 실적설명회에서 “AI 스마트폰은 일반 제품 대비 D램 장착량이 50~100%, PC는 40~80% 많다는 걸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