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미술의 계절… 컬렉터도, 영리치도 밤늦도록 북적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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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치부터 외국인까지”…9월의 서울은 ‘미술’의 계절
[KIAF-프리즈 서울 2024]
삼청나이트 파티장 꽉 채운 '영리치'
분식 포차로 변한 갤러리에서 그림 감상까지
[KIAF-프리즈 서울 2024]
삼청나이트 파티장 꽉 채운 '영리치'
분식 포차로 변한 갤러리에서 그림 감상까지
“이 늦은 밤까지 삼청동이 붐비는 게 1년에 몇 번이나 될까요. 젊은 층이나 외국인들은 이제 9월의 서울이 예술의 도시가 됐다는 걸 확실히 느끼고 있어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이 열린 지난 4일. 밤이 되자 ‘한국 미술 1번지’ 서울 삼청동이 20~30대 젊은 층과 외국인으로 시끌벅적했다. 갤러리현대, 학고재, 국제갤러리 등이 차례로 늘어선 경복궁 옆 돌담길을 따라 이어지는 삼청로는 유독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푸투라서울, 아라리오갤러리, 페레스프로젝트, 휘겸재 등이 위치한 인근 거리도 비슷한 풍경이 벌어졌다. KIAF-프리즈 서울을 맞아 자정까지 갤러리들이 문을 열고 파티를 진행하는 ‘삼청 나이트’에 모인 인파였다. 포차로 변한 갤러리, ‘예술 교류’의 場으로
국제갤러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떡볶이와 어묵, 튀김 등 분식과 맥주로 차림표를 내놓으며 삼청 나이트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갤러리가 진행 중인 함경아, 마이클 주 개인전을 보기 위해 온 애호가들은 물론, 프리즈 행사장에서 수십억 원 대의 작품을 장바구니에 담았던 VIP 컬렉터들도 강남에서 넘어와 포장마차로 변한 갤러리 뒷마당의 푸드트럭 대기 줄에 합류했다. 국제갤러리 관계자는 “수백 명이 몰렸던 작년보다 음식량을 두 배나 늘렸는데도 금세 동날 것 같다”며 예상외의 발길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단순히 이색 공간에서 먹고 마시러 온 ‘파티 피플’이 아니다. 삼청 나이트 행사 상당수가 초대장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프라이빗 파티란 점에서다. 회화 작품 한두 점쯤 구매한 경험이 있는 ‘영리치’거나, KIAF-프리즈 서울에서 얻은 경험을 공유하려는 미술 애호가들로,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느끼는 ‘예술적 교류’가 목적이다. 한 관람객은 “꼭 보고 싶었던 작가의 작품을 샴페인을 마시며 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라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갤러리현대를 찾은 관람객들은 10여 년 만에 한국에서 개인전을 연 존 배의 작품들을 눈에 담았고, 큐레이터와 작품에 대해 대화하기도 했다. 해외 갤러리스트와도 유창한 영어로 자연스럽게 전시에 대한 감상을 나눴다. 이날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마당에 설치된 아티스트 듀오 김치앤칩스의 야외 설치작품 ‘또 다른 달’을 구경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아트바젤과 함께 양대 아트페어인 프리즈가 서울에 상륙하면서 한국 미술시장은 ‘결정적 분기점’을 맞이했다. 소수의 ‘큰 손’이 비밀스레 ‘억’ 소리 나는 작품을 사고파는 ‘그들만의 리그’였던 미술이 모두가 즐기는 문화가 된 것이다. 특히 3년 차를 맞이한 올해는 한국 미술의 전반적인 수준이 상향 평준화됐다는 반가운 평가도 나온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엘름그린&드라그셋, 송은의 피노컬렉션, 호암의 니콜라스 파티 등 해외 거장의 전시는 물론이고 한국 작가들을 조명하는 양질의 전시들이 KIAF-프리즈 기간을 전후해 열리며 안목을 키울 기회가 늘어난 영향이다.
예술인·기업·정부, ‘韓 미술’ 세계화 나선다
한국이 글로벌 미술을 이끄는 중심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기업의 뒷받침도 눈에 띈다. 지난 두 차례의 KIAF-프리즈 행사와 달리 국립현대미술관이 삼청 나이트가 열린 이날 다른 주변 갤러리들처럼 자정까지 문을 열고 관람객을 받은 게 대표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KIAF-프리즈 서울과 광주비엔날레 등 전국에서 펼쳐지는 미술 행사를 유기적으로 잇고 한국 작가를 알리기 위해 연 ‘대한민국 미술축제’의 연장선이다. 이날 국립현대미술관에선 마리엣 웨스터만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장, 장 프랑소아 벨리슬 캐나다 국립미술관장, 사이먼 폭스 프리즈 아트페어 CEO 등 저명한 해외 미술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미술인의 밤’ 행사도 열렸다. 한국 예술인들이 해외에 진출하려면 글로벌 예술계와 접점을 늘려야 한다는 점에서 문체부와 LG전자가 함께 마련한 것이다. LG전자는 내년부터 3년간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하는 전시를 후원하고, 올해 프리즈 서울에도 참여하는 등 미술시장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영국 테이트모던 미술관에서 최근 작품을 선보인 전소정 작가는 “세계적으로 한국 미술이 주목받는 시점에서 기업과 정부의 후원과 지지가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이날 “해외에서도 문화예술을 키우는 데 있어 후원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기업들이 작가들을 뒷받침할 수 있게 세액공제 같은 혜택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이 열린 지난 4일. 밤이 되자 ‘한국 미술 1번지’ 서울 삼청동이 20~30대 젊은 층과 외국인으로 시끌벅적했다. 갤러리현대, 학고재, 국제갤러리 등이 차례로 늘어선 경복궁 옆 돌담길을 따라 이어지는 삼청로는 유독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푸투라서울, 아라리오갤러리, 페레스프로젝트, 휘겸재 등이 위치한 인근 거리도 비슷한 풍경이 벌어졌다. KIAF-프리즈 서울을 맞아 자정까지 갤러리들이 문을 열고 파티를 진행하는 ‘삼청 나이트’에 모인 인파였다. 포차로 변한 갤러리, ‘예술 교류’의 場으로
국제갤러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떡볶이와 어묵, 튀김 등 분식과 맥주로 차림표를 내놓으며 삼청 나이트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갤러리가 진행 중인 함경아, 마이클 주 개인전을 보기 위해 온 애호가들은 물론, 프리즈 행사장에서 수십억 원 대의 작품을 장바구니에 담았던 VIP 컬렉터들도 강남에서 넘어와 포장마차로 변한 갤러리 뒷마당의 푸드트럭 대기 줄에 합류했다. 국제갤러리 관계자는 “수백 명이 몰렸던 작년보다 음식량을 두 배나 늘렸는데도 금세 동날 것 같다”며 예상외의 발길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단순히 이색 공간에서 먹고 마시러 온 ‘파티 피플’이 아니다. 삼청 나이트 행사 상당수가 초대장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프라이빗 파티란 점에서다. 회화 작품 한두 점쯤 구매한 경험이 있는 ‘영리치’거나, KIAF-프리즈 서울에서 얻은 경험을 공유하려는 미술 애호가들로,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느끼는 ‘예술적 교류’가 목적이다. 한 관람객은 “꼭 보고 싶었던 작가의 작품을 샴페인을 마시며 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라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갤러리현대를 찾은 관람객들은 10여 년 만에 한국에서 개인전을 연 존 배의 작품들을 눈에 담았고, 큐레이터와 작품에 대해 대화하기도 했다. 해외 갤러리스트와도 유창한 영어로 자연스럽게 전시에 대한 감상을 나눴다. 이날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마당에 설치된 아티스트 듀오 김치앤칩스의 야외 설치작품 ‘또 다른 달’을 구경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아트바젤과 함께 양대 아트페어인 프리즈가 서울에 상륙하면서 한국 미술시장은 ‘결정적 분기점’을 맞이했다. 소수의 ‘큰 손’이 비밀스레 ‘억’ 소리 나는 작품을 사고파는 ‘그들만의 리그’였던 미술이 모두가 즐기는 문화가 된 것이다. 특히 3년 차를 맞이한 올해는 한국 미술의 전반적인 수준이 상향 평준화됐다는 반가운 평가도 나온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엘름그린&드라그셋, 송은의 피노컬렉션, 호암의 니콜라스 파티 등 해외 거장의 전시는 물론이고 한국 작가들을 조명하는 양질의 전시들이 KIAF-프리즈 기간을 전후해 열리며 안목을 키울 기회가 늘어난 영향이다.
예술인·기업·정부, ‘韓 미술’ 세계화 나선다
한국이 글로벌 미술을 이끄는 중심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기업의 뒷받침도 눈에 띈다. 지난 두 차례의 KIAF-프리즈 행사와 달리 국립현대미술관이 삼청 나이트가 열린 이날 다른 주변 갤러리들처럼 자정까지 문을 열고 관람객을 받은 게 대표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KIAF-프리즈 서울과 광주비엔날레 등 전국에서 펼쳐지는 미술 행사를 유기적으로 잇고 한국 작가를 알리기 위해 연 ‘대한민국 미술축제’의 연장선이다. 이날 국립현대미술관에선 마리엣 웨스터만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장, 장 프랑소아 벨리슬 캐나다 국립미술관장, 사이먼 폭스 프리즈 아트페어 CEO 등 저명한 해외 미술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미술인의 밤’ 행사도 열렸다. 한국 예술인들이 해외에 진출하려면 글로벌 예술계와 접점을 늘려야 한다는 점에서 문체부와 LG전자가 함께 마련한 것이다. LG전자는 내년부터 3년간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하는 전시를 후원하고, 올해 프리즈 서울에도 참여하는 등 미술시장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영국 테이트모던 미술관에서 최근 작품을 선보인 전소정 작가는 “세계적으로 한국 미술이 주목받는 시점에서 기업과 정부의 후원과 지지가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이날 “해외에서도 문화예술을 키우는 데 있어 후원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기업들이 작가들을 뒷받침할 수 있게 세액공제 같은 혜택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