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동반 식당 관련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반려견 동반 식당 관련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반려동물 동반 가능이라고 안내돼있어 가봤더니 입구에서 거절당했어요."

현행법상 식당, 카페 등 반려동물 동반 출입은 일부 규제 샌드박스 시범사업에 참여한 곳 외에는 모두 불법이다.

지난달 반려견과 함께 여름휴가를 떠난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반려동물 동반 식당'을 검색했다. 김씨는 "예상보다 많은 곳이 검색 결과에 나와 놀랐는데 실제로 가보니 대부분 민원제기를 이유로 거절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동반 여행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500만명에 육박하는 데다 가족으로 여기는 '펫팸족(펫+패밀리)'이 늘면서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숙박, 교통, 액티비티 등 다양한 여행 상품이 출시된 가운데 반려인 사이에선 동반 입장할 수 있는 식당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반려동물 양육인구 비율은 지난해 기준 1500만명으로 추산된다. 양육인구 비율이 늘면서 동반 여행 또한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관광공사가 반려동물과의 여행 경험을 조사한 결과 '당일 여행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2022년 65.7%에서 올해 70.1%로 4.4%포인트 늘었다. '숙박여행 경험'은 53%에서 60.4%로 증가했다.
'반려동물 동반'을 포함한 편의시설 및 서비스 안내. 사진=지도앱 캡처
'반려동물 동반'을 포함한 편의시설 및 서비스 안내. 사진=지도앱 캡처
반려동물 동반 여행객이 늘고 있지만 함께 입장할 수 있는 식당은 전국 140여곳뿐이다. 현행법상 반려동물 동반 출입은 규제 샌드박스 시범사업에 참여한 곳 외에는 모두 불법이기 때문이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식당, 카페 등 음식을 취급하는 시설은 반려동물의 출입이 제한된다. 반려동물을 동반한 경우 사람과는 분리된 별도의 대기 공간이 있어야 한다. 일부 음식점에서 캐리어나 개모차 등을 동반한 경우 바로 옆에서 식사하는 걸 허용하는데 이 역시 불법인 셈이다. 다만 야외 별도 공간이 영업장 면적에 해당하지 않으면 동반 출입이 가능해 업계에선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경기도에서 한 식당을 운영하는 장모 씨는 "야외테라스가 있어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하다고 생각해 오는 손님도 있는데 무조건 돌려보낸다"며 "'왜 출입이 안 되냐', '야외니까 괜찮지 않냐?'고 따질 땐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접객업소 출입 허용 운영 가이드라인.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반려동물 접객업소 출입 허용 운영 가이드라인.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반려동물과 함께 영업장 안에 들어가는 건 모두 불법"이라면서도 "야외 공간을 영업장 면적으로 두지 않는 곳은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식품위생법상 식품접객업 영업장 면적으로 포함되는 곳은 실질적으로 조리 접객 행위에 사용되는 면적을 의미한다.

반려인들과 식당 점주들 사이에선 구체적인 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출입 허용 기준을 쉽게 알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식약처는 2022년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반려동물 동반 출입 음식점 시범사업을 허용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신산업, 신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위해 일정 조건에서 기존 규제를 면제, 유예시켜주는 제도로 반려동물 동반 출입이 가능한 음식점은 현재 140여곳이다.

식약처는 규제 샌드박스 시범사업 참여 업소를 대상으로 '반려동물 접객업소 출입 허용 운영 가이드라인' 별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반려동물 전용 공간 외에서는 상시 목줄을 착용해야 하고, 음식을 제공 또는 진열하는 경우 반려동물의 털 등 이물질이 섞이지 않도록 덮개를 설치해야 한다.

일각에선 시범사업 대상이 아닌 곳도 가이드라인을 지키면 불법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지만 식약처는 해당 가이드라인은 규제 샌드박스로 현재 실증 특례 중인 참여업체만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시범사업 대상 업장 외엔 가이드라인을 지킨다 해도 반려동물 동반 출입은 위반사항"이라며 "규제 샌드박스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꼭 신청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