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선아와 정려원(오른쪽)이 5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2024'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뉴스1
배우 김선아와 정려원(오른쪽)이 5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2024'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뉴스1
'내 이름은 김삼순' 김선아, 정려원이 현대적으로 각색된 감독판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웨이브 뉴클래식 프로젝트 '감독판 내 이름은 김삼순 2024'(이하 감독판 김삼순) 기자간담회가 5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CGV에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배우 김선아, 정려원과 연출자인 김윤철 감독이 참석했다.

'내 이름은 김삼순'은 종영한 지 19년이 지난 지금도 '다시 보고 싶은 인생 로맨틱 코미디'로 꼽히는 레전드 명작이다. 2005년 방영 당시, "여자주인공은 예쁘고 가녀리다"란 미(美)적 공식을 깼고, 감정을 속에만 담지 않고 뿜어내는 대사로 50%가 넘는 시청률로 종영했다. 전국엔 너도나도 주인공에게 과몰입한 이 땅의 삼순이 호소인이 넘쳐났다.

2024년 버전으로 신작화한 '감독판 김삼순'은 오리지널 16부작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8부작으로 축약한다. 그로 인해 곁가지로 뻗은 이야기들이 축소되었으나, 결과적으로 김삼순과 현진헌의 일과 사랑에 더 집중했다.

김선아는 19년 만에 김삼순을 다시 선보이는 것에 대해 "지난해 '가면의 여왕'이라는 작품을 끝내고 재충전하고 있었는데, 올해 초 리마스터링 얘기를 듣고 너무 설렜다"며 "요 며칠 삼순이 공부를 다시 했는데, 다시 봐도 재밌더라. 그래서 이 자리가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김선아는 "'김선아=김삼순'이었고, 늘 곁에 있다고 느껴 이렇게 시간이 흐른 줄도 몰랐다"며 "가장 친한 친구 같은 작품이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또 "제가 이 작품을 했을 때, 저도 30대였다"며 "제가 생각했을 때 서른살은 뭔가 어른 같았고, 삶이 완성돼 있어야 할 거 같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서른은 제 인생에 있어서 리허설을 했던 시기가 아닌가 싶다"고 달라진 시점을 전했다.

그러면서 "삼순이를 통해 서른, 노처녀 이런 부분에 대한 틀을 깬 건 분명하다"며 "많은 분에게 용기와 희망을 드렸기에 오늘날 이런 자리가 있는 거 같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김선아는 그러면서 "과거 삼순이는 '속시원해', '언니같아' 이런 느낌이라면 지금의 삼순이는 '나 같아' 이런 식으로 다가가는 거 같다"며 "그래서 공감하는 것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유희진 역을 맡아 '국민 전 여친'으로 등극했던 정려원은 "한창 제 인스타그램 피드에 '내 이름은 김삼순' 이미지가 올라와 신기하던 차였다"며 "'감독판 김삼순'이 나온다는 소식이 반갑고, 너무 보고 싶었다"고 반가움을 전했다.

정려원은 "아침드라마로 데뷔하고 시트콤, 단막극, 국군드라마 이런 작품을 해왔는데 미니시리즈를 하고 싶었는데, 계속 오디션에서 떨어졌다"며 "'마지막으로 해야지'하고 메이크업도 안 하고, 퉁명스럽게 답했는데 처음으로 감독님이 '같이 해줄 의향이 있냐'고 하셨다. 그래서 '저, 할래요' 해서 하게 됐다. 그 후론 꿈같은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저에겐 감독님이 세상의 빛 같은 존재였고, '내 이름은 김삼순'은 동아줄 같은 작품이다"고 덧붙였다.

정려원은 또 "그때의 감성이 요즘 친구들에게 먹힐 수 있을까 생각도 들었는데, 요즘 스타일로 편집이 됐다고 해 기대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삼순이가 소개팅하고, 노처녀라고 하는 게 29살이었고, 저는 암 선고를 받은 게 24살이다"며 "그걸 다시 보니 귀엽더라. 그래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윤철 감독은 "8부작으로 속도감 있게 재편집하면 지금도 재밌게 볼 수 있을 거라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듣고 용기를 내 이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19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만큼 '내 이름의 김삼순' 속 설정이 현재와 맞지 않는다는 우려가 있었다. 김 감독도 "현빈 씨가 연기한 현진헌 캐릭터가 현재의 세대가 봤을 때 '과연 볼 수 있을까'라고까지 생각했다"며 "그땐 백마탄 왕자, 재벌남이라던가 이런 용어로 통용이 됐고, 그땐 시청자들은 그걸 용인해줬지만 지금 눈높이에서 보면 제가 봐도 '너무하다'라는 생각이 들어 최대한 서사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의 태도와 화법들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김선아는 "현진헌은 솔직하지만 미성숙한 부분이 있다"며 "성숙한 입장에서 본다면 어리게 보일 거 같다"고 그를 옹호했다. 그러면서도 "2024년 삼순이는 진헌이를 선택하겠냐"는 질문에 크게 한숨을 쉬며 "글쎄요"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정려원 역시 "그때의 희진이는 삼순이를 찾아가 '진헌이를 돌려달라'고 하는데, 지금의 희진이라면 잘, 예쁘게 보내주지 않았을까 싶다"고 전해 폭소케 했다.

정려원은 또 "지금은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가 많지만, 그땐 '내 이름은 김삼순'이 처음이었다"며 "지금은 흔하지만 저에겐 처음이었던 작품이라 만감이 교차하고, 다들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고인이 된 여운계, 김자옥의 명연기도 다시 볼 수 있다. 여운계는 진헌이 철없는 행동을 보이거나 가슴의 상처 때문에 흔들릴 때마다 ‘진짜 어른’의 면모로 다잡아줬던 지배인으로, 김자옥은 삼순이 힘들고 좌절할 때마다 든든한 언덕이 돼준 엄마의 모습으로 활약한다.

더불어 김선아, 현빈, 정려원, 다니엘 헤니 등 지금은 대한민국 콘텐츠를 좌지우지하는 톱배우가 된 이들의 젊은 전성기 시절을 볼 수 있는 것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웨이브 뉴클래식 프로젝트는 200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명작 드라마를 원작자의 손을 거쳐 웨이브에서 2024년 버전으로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다. 글로벌 OTT에선 불가능한, 최다 라이브러리를 보유한 K-OTT 웨이브라서 가능한 획기적인 기획이라는 평이다.

'내 이름은 김삼순' 외에 KBS 2TV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OTT 시리즈물 형태로 제공된다.

한정은 웨이브 마케팅 국장은 "과거 지상파 드라마 명작을 OTT에 맞춰 신작화 하는 것"이라며 "당대 신드롬급 인기가 있었고, 슈퍼 팬덤이 있고, 지금도 그 팬덤이 유효한지 등을 판단해 '내 이름을 김삼순'과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리마스터링 작품으로 선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감독판 김삼순'은 오는 6일 전편 공개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