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규 LS전선 사장(CEO)이 5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밸류업 데이’ 행사에서 사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LS전선 제공
구본규 LS전선 사장(CEO)이 5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밸류업 데이’ 행사에서 사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LS전선 제공
2~3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LS전선’이라고 하면 오래된 사양 산업을 떠올렸다. 구리 전선을 제조해 발전사에 공급하는 ‘재미없는 기업’이란 평가가 많았다.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전력 공급이 인공지능(AI)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전기의 시대’를 맞아 LS전선의 전력케이블 기술력이 부각되고 있어서다.

LS전선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한 단계 도약을 준비한다. ‘2030년 매출 10조원 달성’이란 목표를 제시하고 초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과 데이터센터 솔루션 사업을 두 축으로 내세웠다. 중장기 관점에서 기업공개(IPO)도 추진할 계획이다. 2022년 1월 취임한 구본규 사장(CEO)의 미래 구상이 구체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정적인 장거리 송전 가능

LS전선, AI 인프라 기업 도약…"2030년 매출 10조 달성할 것"
LS전선은 5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밸류업 데이’ 행사를 열고 미래 성장 전략을 공개했다. 구자엽 LS전선 명예회장의 아들로 LS그룹 오너가(家) 3세인 구 사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1차 목표는 2030년 매출 10조원 달성. 10조원은 지난해 매출(6조2170억원)보다 60.8% 높은 공격적인 수치다.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AI 기술·서비스가 전 세계로 확산하며 전기를 안정적으로 먼 곳까지 운반하는 해저케이블의 수요가 커졌다는 게 공격적인 목표를 설정한 주요 이유다. 최근 세계적으로 해상풍력산업이 성장하고 있는 것이 LS전선엔 기회 요인으로 꼽힌다.

LS전선의 자신감은 HVDC 케이블 기술력에서 나온다. HVDC 케이블은 교류(AC) 케이블보다 대용량 전류를 멀리 보낼 수 있고, 손실률도 낮다. 장거리 송전망을 중심으로 도입이 늘고 있다. 현재 HVDC 케이블을 공급하는 업체는 세계에서 LS전선을 포함해 네 곳뿐이다. 구 사장은 “케이블 해상 시공에 강점이 있는 LS마린솔루션과 함께 케이블 공급부터 시공, 유지보수까지 아우르는 턴키 솔루션으로 사업적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전력 솔루션 책임진다

LS전선은 일반 데이터센터와 AI 데이터센터(AIDC)를 대상으로 한 솔루션을 매출 10조원 달성을 위한 핵심 카드로 제시했다. 데이터센터는 GW(기가와트) 단위의 전력을 소모해 효율적인 전력 설비가 필수적이다.

이날 LS전선은 미래 주력 상품도 소개했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초전도 케이블이 대표적이다. 변전소 없이 22.9㎸(킬로볼트)의 낮은 전압으로 154㎸급 대용량 전력을 보낼 수 있다는 게 LS전선의 설명이다.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아 변전소 없이 도심 전력 공급을 늘릴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리튬이온배터리보다 충전 속도가 20배 이상 빠르고, 수명도 1000배 길다고 평가되는 고성능 전력 저장 장치인 UC 역시 LS전선이 ‘미래’로 꼽는 제품이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신영식 LS전선 부사장은 “AIDC엔 기존보다 5∼10배 큰 대용량 버스덕트와 더 많은 광케이블이 필요해졌다”며 “새로운 기회”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비전을 바탕으로 구 사장은 “전기화 트렌드가 15년은 지속될 것으로 생각하고 시장 전망도 밝다”며 “현시점에 돈을 잘 번다는 것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주는 게 우선이고, 그 이후 상장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