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선물 거부 릴레이 인증샷
매년 명절을 앞두고 국회 의원회관 뒤편 로비는 선물로 북새통을 이룬다. 택배기사와 선물을 수령하는 의원실 직원이 뒤섞여 시장터를 방불케 한다. 과거 국회 출입기자 시절 “언론사 카메라에 찍히기 전 빨리 수령해가라”는 국회 직원의 독촉 전화가 의원실로 걸려 오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국회의원에게 오는 선물은 설보다 추석 때 더 많다고 한다. 국정감사를 앞둔 피감기관, 예산·법안과 관련된 부처·지방자치단체·이익단체 등이 보내는 ‘눈도장용’이다. 주요 상임위원회 소속 중진이면 마트를 차릴 수 있을 정도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2015년 추석을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들은 청렴정치 명분으로 명절 선물 거부 선언을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올해 추석을 앞두고 야당에서 선물 거부 릴레이 인증샷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엔 성격이 다르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선물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스토커처럼 왜 보내나”라고 했고, 김준형 조국당 의원은 “불통령 선물이 보기 싫어 바로 반송시켰다”고 했다. 일부 야당 의원은 지난 5월 윤 대통령이 22대 국회 당선인들에게 보낸 축하 난을 거부하며 의원실 밖에 내놓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

대통령 선물은 도라지약주(경남 진주)와 유자약주(경남 거제), 사과고추장(충북 보은), 배잼(울산 울주), 양파잼(전남 무안) 등으로 구성됐다. 모두 농민의 땀이 배어 있다. 지역 특산물 소비 촉진 의미도 있다. 이걸 반환하면 택배기사들의 수고로움은 더할 것이다. 난을 치워야 하는 몫은 청소노동자에게 돌아갔다. 그것보다 더 중요하게 따져보고 싶은 것이 있다. 나머지 선물은 100% 온당하고 떳떳하냐는 것이다. 국회의원에게 보내는 선물이 모두 미풍양속으로 볼 수 없다면 다른 선물도 거부해야 마땅하다.

아무리 진영 간 대립이 격해지고, 대통령이 밉더라도 이런 옹졸한 모습은 본 적이 없다. 대통령 선물 거부를 인증샷까지 찍어 동네방네 알리는 것은 외국인 보기에도 부끄러운 일이다.

홍영식 한국경제매거진 전문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