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제 내놓은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대응은 유감스럽다. 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안정적 지급을 보장하기보다는 재정 부담을 덜어내는 데만 몰두한 개혁”이라고 반발했다. 그런데 재정 문제가 아니라면 과연 무엇 때문에 연금개혁을 하자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정부안은 윤석열 대통령이 밝힌 대로 ‘지속 가능성’ ‘세대 간 공정성’ ‘노후 소득 보장’ 3대 원칙을 동시에 수행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이 원칙에 이의가 있을 수 없다. 현재 9%인 내는 돈(보험료율)은 13%로 올리고, 2028년까지 40%로 줄게 돼 있는 받는 돈(소득대체율)을 42%로 상향하자는 건 지속성과 노후 소득 간 균형을 찾기 위해서다. 큰 틀에서 ‘더 내고 더 받는 안’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사실상 연금을 깎기 위한 준비작업”이라고 비난했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재정을 유지하면서 ‘더 많이 퍼주는’ 묘책이라도 있다는 건가. 야당은 세대별 보험료 인상 속도 차등화에 대해서도 “국민을 갈라치기 하는 나쁜 방안”이라고 했다. 세대별 불평등을 개선하자는 취지를 분열책으로 호도하는 건 지극히 정략적이다. 결국 21대 국회 막판에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 안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논의를 원점으로 돌려 중차대한 연금개혁을 다시 정쟁의 늪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도에 다름 아니다.

민주당이 여당이던 문재인 정부에선 집권 내내 연금개혁을 외면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더 내는 내용의 개혁안을 보고받자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며 무산시켰다. 연금 고갈이 앞당겨지고, 미래 세대가 막대한 부담을 짊어지게 된 것은 그 후과다. 이러고도 연금개혁의 열쇠를 쥔 거대 야당이 남 타령만 하는 건 무책임하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고갈 시점(2056년)은 코앞으로 다가왔고, 하루 885억원씩 기금 적자가 불어나는 상황이다. 민주당 안대로라면 2064년에 소진되지만, 정부안대로면 최대 2088년으로 늦춰진다. 야당은 무턱대고 반대만 하지 말고 진정성을 갖고 협조하기 바란다. 이번에도 개혁에 실패한다면 22대 국회는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