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의 쩡위친 회장이 중국에서 유통되는 배터리의 안전성에 대해 폭로성 발언을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쩡 회장은 얼마 전 쓰촨성에서 열린 행사에서 지난해 중국 내 전기차 화재 발생률은 1만 대당 0.96대라고 밝혔다.

중국 내 전기차 보급 대수가 2500만 대임을 감안하면 한 해 2400건의 전기차 화재가 일어났다는 얘기다. 대부분 기업이 제품 고장률을 ppm급, 즉 100만분의 1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론 1000분의 1이라고도 했다. 배터리 선두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자해적 발언을 한 것은 자사의 차별적 기술력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CATL의 배터리 셀 불량률은 불과 10억분의 1로 세계 최고라는 게 발언 요체다. 이런 자신감을 앞세워 배터리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대적 안전 표준의 레드라인(한계선) 설정도 제안했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인천 청라 아파트 주차장 사건으로 배터리 안전성이 재차 도마에 올랐다. 불이 난 벤츠 차량의 1년 된 중고차 가격이 신차의 절반으로 떨어진 것을 보면 소비자들이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최근의 안전성 논란은 배터리업계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안전성 측면에서 가장 이상적인 배터리는 휘발성의 액체 전해질 대신 불연성의 고체 전해질을 쓰는 전고체(all solid) 배터리다. 그러나 리튬 배터리보다 가격이 150배나 높아 장기 과제로 삼을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론 46파이(지름 46㎜) 원통형 배터리가 주목받고 있다. 기존 2170(지름 21㎜, 길이 70㎜) 배터리보다 고밀도, 고출력에 주행거리를 20% 늘리면서 안전성도 높여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연내, 삼성SDI가 내년 초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배터리산업은 최근 3년 새 55조원의 투자가 집행된 대표적 미래 먹거리다. 앞선 기술력으로 지금의 파도를 넘어설 수 있도록 기업과 정부 모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