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신생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사카나AI가 미국 엔비디아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끌어냈다. 사카나AI는 최근 미국 벤처캐피털(VC) 등에서 200억엔(약 1850억원) 규모의 출자를 받았다고 밝혔다. 출자액을 비공개했지만 엔비디아가 대주주에 오를 것으로 보이는 만큼 상당한 자금과 함께 든든한 지원군을 확보한 셈이다.

사카나AI는 지난달 AI가 과학 관련 연구를 주제 선정부터 실험, 논문·리뷰 작성까지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솔루션인 ‘AI 사이언티스트’를 공개해 주목받았다. AI 불모지나 다름없던 일본에서 창업한 지 1년밖에 안 된 스타트업이 내놓은 놀라운 성과다. 더구나 사카나AI는 미국 VC와 일본 대기업의 투자를 받아 일찌감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AI 유니콘이 한 곳도 없는 우리로서는 부러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사카나AI는 구글의 핵심 AI 연구원 출신인 라이언 존스가 공동 창업자로 참여하는 등 ‘될성부른 떡잎’이긴 했지만, 초고속 성장의 최대 원동력은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다. 일본은 AI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세계적 품귀 현상을 빚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해 무상으로 기업에 지원하고 있다. 외국인 인재의 비자 문턱도 대폭 낮췄다. 사카나AI가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 덕을 톡톡히 봤음은 물론이다. 슈퍼컴퓨터 정비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AI데이터센터 등에 수천억원의 보조금도 지급한다.

한국의 AI 경쟁력은 세계 6~7위 수준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2강을 제외하면 현재의 순위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일부 대기업의 노력으로 끌어올려진 순위는 언제든 밀릴 수 있다. AI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시대가 됐지만, 아직도 우리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AI산업 육성 등을 담은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머물러 있다. 정부의 지원 정책도 결국은 청사진보다 실행과 속도가 문제다. 일본을 부러워하는 것으로 끝내선 결국 그 등 뒤만 계속 쫓아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