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일본 독일은 ‘세계 3대 로봇 강국’으로 불린다. 스위스엔 세계 1위 로봇기업인 ABB가, 일본은 랭킹 2위(가와사키중공업), 4위(화낙), 5위(야스카와전기)가 포진해 있다. 세계 3위 쿠카의 고향은 독일이다. 이들 기업이 만든 로봇의 상당수는 ‘세계의 공장’인 중국으로 간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중국에 설치된 산업용 로봇은 29만258대에 이른다. 세계 산업 현장에 놓인 로봇의 절반 이상(52%)이 중국에 터를 잡았다는 얘기다.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 공장을 세우자 이 수치는 2012년 14%에서 수직 상승했다.

하지만 중국은 글로벌 기업이 개발한 로봇을 단순히 활용하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 제품을 뜯어보고, 제휴도 맺으며 로봇 기술을 하나하나 손에 넣었다. 언제든 산업 현장에 실전 투입해 노하우와 실력을 쌓고 있다. 중국이 서빙 등 서비스 로봇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배경이다.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는 아직 세계 최상위 기업들과 겨룰 실력이 안 되지만 시아순, 에스툰, 이포트 등이 제조한 로봇이 수출길에 오르는 등 점점 궤도에 들어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1위 전기차업체 비야디(BYD) 등이 해외에 공장을 지을 때 중국산 로봇도 동반 진출하고 있다”며 “중국에서 만든 로봇의 5%가량은 해외에 팔린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태양광, 배터리산업처럼 중국 산업용 로봇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 7월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로봇 굴기’를 강조한 만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업고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배터리, 인공지능(AI), 기계 등 로봇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기술을 대부분 갖춘 데다 엄청난 내수시장도 보유했다”며 “산업용 로봇부터 무인운반로봇(AGV), 사족보행 로봇, 휴머노이드까지 중국 로봇의 영토는 점점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