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 정부와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1600억원대 세금 반환 소송에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이겼다. 2심까지 재판이 길어지면서 이자(지연손해금)만 600억원이 넘어 현재 반환해야 할 금액은 약 2200억원에 달한다. 대법원 상고 시 연간 180억원 안팎의 추가 이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되는 등 원금과 맞먹는 이자를 혈세로 내야 할 상황이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4-1부(부장판사 남양우 홍성욱 채동수)는 5일 론스타펀드 등 9명이 대한민국과 서울시 등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론스타와 정부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정부와 서울시가 론스타에 부당하게 부과한 세금 1682억원을 돌려줘야 한다”고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항소 비용도 각자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론스타는 벨기에 현지 지주회사를 앞세워 2003년 외환은행 등을 사들인 뒤 이를 매각해 4조6000억원대 시세 차익을 거뒀다. 이 과정에서 론스타 측은 한국과 벨기에의 조세조약을 근거로 별도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외환은행 주식 매각 관련 매각대금의 11%만 원천징수 형태로 납부해 ‘먹튀 논란’을 일으켰다.

세무당국은 지주회사는 조세회피 목적으로 설립됐고, 론스타가 실제로는 국내에 고정 사업장을 두고 있다고 판단해 2007년 소득세와 법인세를 부과했다. 이에 론스타는 법인세 취소 소송을 제기해 2017년 대법원에서 승소가 확정됐다. 론스타는 대법원 결정으로 취소된 법인세와 지방세 및 그 지연손해금을 돌려달라는 이번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작년 6월 1심 재판부는 론스타가 정부와 서울시를 상대로 청구한 미환급 세액 원금 부분에 대해 모두 반환 필요성을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는 기존에 외환은행 등이 과세관청에 납부한 원천징수세액을 원고들의 기납부세액으로 보고 법인세에 공제·충당했다”며 “이로써 원천징수는 종국적·확정적으로 소멸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지연손해금에 대해 대법원 판결 직후인 2018년 1월부터 1심 선고 이전까지는 민법상 이율 연 5%를, 선고 다음 날부터는 소송촉진법이 정한 이율 연 12%를 적용하도록 했다. 이 기준에 따라 정부가 론스타 측에 지급해야 할 금액은 이미 2000억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