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대 중반까지 총 480조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인 경기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에 공업용수 부족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모든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2035년 이후 하루 170만t의 물이 필요한데, 현재 확보 가능한 용량은 고작 77만t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100t에 달하는 물을 추가로 공급하기 위해선 경기도뿐만 아니라 서울시, 인천시 등 인근 광역단체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련 부처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반도체 경쟁력은 ‘공업용수’ 확보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물 부족' 경고등 켜졌다
경기연구원은 5일 연구 보고서에서 “2035년 이후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의) 공업용수 수요가 하루 170만t인 데 비해 현재 주된 취수지인 팔당댐에서 공급 가능한 용수는 절반 수준인 하루 77만t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는 SK하이닉스가 2018년부터 120조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건설하는 반도체 클러스터(일반산업단지)와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삼성전자 중심의 반도체 국가첨단산업단지를 합친 것이다. SK 반도체 클러스터는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 415만6000㎡에 50여 개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입주해 2027년부터 반도체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처인구 남사읍 등에 조성될 반도체 국가첨단산업단지는 삼성전자가 360조원을 투입해 6개 공장을 건설하고 150여 개 연관 기업을 유치한다. 2042년 완공을 목표로 2031년 첫 번째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이 같은 반도체 클러스터의 최대 관건은 충분한 공업용수 확보 여부다. 반도체 공정은 웨이퍼(원판) 표면 세정부터 식각 냉각 등 공정별로 많은 양의 물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한강 유역 총 10개 댐 중 단 세 곳(다목적댐)에서만 공업용수 추가 공급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3개 댐이 공급할 수 있는 물의 양은 하루 1096만8000t(충주댐 68.2%, 소양강댐 30%, 횡성댐 1.8%) 수준이다. 이 중 생활·공업용수로 1031만1500t을 쓰고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물은 65만6500t에 불과하다.

○2035년부터 공업용수 부족 사태 오나

반도체 강국인 대만도 기후변화에 따른 강수량 변동성 확대로 물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2021년 최악의 봄 가뭄을 겪은 대만 정부는 반도체용 공업용수 조달을 위해 농민들의 쌀 재배를 막고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도 여러 대안을 고심 중이다. 환경부는 일단 수력발전 전용의 화천댐을 다목적댐으로 전환해 공업용수를 공급한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조영무 경기연구원 상임연구위원은 “화천댐은 상류에 북한 임남댐이 있어 안정적인 용수 확보를 장담하기 어렵다”며 “게다가 화천댐에서 뽑을 수 있는 용수는 하루 60만t으로 나머지 30만t은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경기연구원에서 내놓은 대안은 우선 한탄강댐을 기존 홍수 방재용에서 다목적댐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또 농업용으로 사용 중인 용인 이동저수지를 공업용으로 전환하는 아이디어도 냈다. 물론 소유자인 농어촌공사에 수도사업자 지위를 부여하는 등 절차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한강 유역 물을 사용하는 수도권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체계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윤제용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지자체가 지역 특성을 반영한 물 이용 계획을 마련해 용수 수요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며 “서울시, 인천시 등이 상수도 인프라 구축을 협력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