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이 상장지수펀드(ETF)를 ‘직구’하기 위해 뭉칫돈을 들고 해외 시장으로 몰려가고 있다. 분리과세 등 세제상 유리한 점이 있는 데다 3배 레버리지 ETF 등 국내에선 판매가 금지된 다양한 상품이 상장돼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 안대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통한 해외주식 거래가 가능해지면 국내 증시에서 자금 유출이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稅 역차별에 레버리지 상품 규제…"ETF 시장도 혼돈의 대탈출 올 것"
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미국 상장 ETF는 ‘그래닛셰어즈 2.0X 롱 엔비디아 데일리’였다. 순매수 금액만 6억9510만달러(약 9300억원)에 달했다. 엔비디아 하루 수익률의 두 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이다. 이외에 ‘2X 비트코인 스트래티지’(3억5567만달러),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X’(3억5137만달러),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3억3570만달러) 등 레버리지 ETF가 순매수 ‘톱10’ 중 절반에 달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금융당국의 규제로 이 같은 초고위험 ETF를 만들 수 없다. 3배 레버리지 상품이나 단일 종목 2배 ETF는 당국의 규정(한 종목 비중 30% 제한, 구성종목 최소 10개 이상)으로 상장이 불가능하다. 국내 상장 레버리지 ETF는 기본예탁금 1000만원, 금융투자협회 사전 온라인교육 이수 등 진입 규제가 있는 반면 해외 상장 ETF에는 이런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차별적인 과세체계도 ETF 직구가 늘어나는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 상장 ETF는 매매차익에 15.4%의 배당소득세가 부과된다. 매매차익을 포함한 배당소득이 2000만원 이상이면 금융소득종합과세(최고세율 45%) 대상이 된다. 반면 해외에 상장된 ETF는 최대 250만원까지 매매차익이 비과세되고, 초과하는 부분은 22% 양도소득세로 분리과세된다. 같은 미국 S&P500지수 추종 ETF이더라도 해외 상장 ETF가 세제상 유리할 수 있는 것이다.

운용업계에서는 이 같은 역차별 구조에서 ISA의 해외주식 거래마저 허용되면 대규모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에 ISA 해외주식 거래까지 허용되면 국내 증시뿐만 아니라 국내 ETF 시장에서도 대탈출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