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4일 국민연금 개혁안으로 꺼내든 자동조정장치를 두고 각종 궁금증과 오해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생소한 개념이라 자동조정장치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연금이 깎이는 것은 아닌지 등 다양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다섯 가지 물음에 답하는 방식으로 자동조정장치에 대해 정리해봤다.

(1) 어떻게 작동하나?

자동조정 땐 자동삭감?…"전년 받았던 연금만큼 보장"
자동조정장치는 기본적으로 연금기금의 안정화 장치다. 연금 가입자와 수급자 수, 기대수명 등 인구·경제 변화에 맞춰 연금 상승폭을 자동으로 억제한다. 보험료율을 높이거나 수급 연령을 늦추는 방식도 가능하다. 정부가 검토하는 방향은 연금 상승폭 조절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선 수급자의 구매력 보존을 위해 매년 물가상승률만큼 연금을 인상한다. 예를 들어 올해 물가상승률이 5%이면 월 100만원이던 연금이 내년에는 월 105만원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유력하게 검토하는 가입자 수 및 기대수명에 연동되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수령액이 달라진다. 가령 가입자 감소율이 2%, 기대수명 증가율은 1%라면 물가상승률(5%)에서 두 비율의 합(3%)을 뺀 2%만큼만 연금이 늘어 월 102만원을 받는다.

(2) 국가마다 어떻게 다른가?

자동조정장치는 일본 스웨덴 핀란드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4개국에서 도입했지만 작동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일본(2004년 도입)은 물가나 임금 상승에 따라 늘어나는 연금 증가폭을 최근 3년 평균 가입자 감소율과 기대수명 증가율에 따라 축소하는 방식(거시경제 슬라이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만 작동하도록 설계된 점도 일본 제도의 특징이다.

스웨덴(1998년)은 연금 부채가 보험료 수입과 기금을 넘어서면(균형지수 1 미만) 연금을 조정한다. 독일(2004년)은 고령화에 따라 제도부양비(가입자 및 실업자 수 대비 수급자 수)에 연동해 연금을 조절한다. 핀란드(2010년)는 기대수명이 늘어나도 평생 받을 수 있는 총연금은 늘지 않도록 조절한다.

(3) 자동 조정=자동 삭감?

정부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해도 기존 연금액보다 줄이지 않는 걸 원칙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물가상승분만큼 연금을 온전히 늘려주진 못해도 최소한 전년도 수준의 연금은 보장한다는 구상이다. 이스란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4일 브리핑에서 “본인이 낸 것만큼은 돌려드린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최저한은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자동조정장치가 매해 가동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성혜영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와 가입 사각지대 완화를 통해 가입자가 늘어날 여지가 있다”며 “이 경우엔 자동조정장치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4) 도입 시기 부적절한가?

야당은 자동조정장치 도입이 ‘시기상조’라며 반대하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 수준이 심각하다는 이유에서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은 2020년 기준 66세 이상 노인 인구의 소득 빈곤율이 40.4%로 1위다. 하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부동산 등 자산을 소득화하면 노인빈곤율은 처분가능소득 기준 빈곤율보다 매년 7~8%포인트 하락한다. 성 연구위원은 “자동조정장치는 연금에 대한 미세조정이기 때문에 이로 인해 노인빈곤율이 상승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5) 정치 영향력이 완전 배제되나?

자동조정장치는 시간과 비용을 아끼면서도 연금재정 안정을 도모하는 장점이 있지만 기존 도입국 사례를 볼 때 정치권의 영향력에서 100% 자유롭지만은 않았다. 예컨대 독일은 2018년 대연정 출범 당시 2025년까지 자동조정장치 가동을 한시 중단하기로 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당시 독일 집권당(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은 대연정을 할 수밖에 없게 되자 진보진영(사회민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자동조정장치를 한시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