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패럴림픽에 출전한 휠체어 펜싱 국가대표 중엔 한국형 프랜차이즈 액션영화의 대명사 '범죄도시' 분장팀장 출신 선수가 있다. 2017년 낙상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 영화계에서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했던 조은혜(39·부루벨코리아)다.

2017년 개봉해 680만명의 관중을 모은 영화 범죄도시는 그의 대표작이다. 분장팀장으로 영화 흥행에 힘을 보탰던 조은혜는 사고 후 영화계를 떠났다.

하반신이 마비된 조은혜는 국내 최고의 스타일리스트가 되겠다는 꿈을 이어갈 수 없었다. 그가 택한 건 운동. 조은혜는 재활 과정에서 여러 가지 운동을 하다가 우연히 TV 뉴스를 통해 휠체어 펜싱을 접했다. 그는 흰색 펜싱복을 입고 칼싸움을 하는 선수들의 모습에 매료됐다. 무작정 장애인펜싱협회에 연락한 조은혜는 곧바로 운동을 시작했다.
영화 '범죄도시' 분장팀장 시절 조은혜(왼쪽)./연합뉴스
영화 '범죄도시' 분장팀장 시절 조은혜(왼쪽)./연합뉴스
펜싱으로 새 삶의 동력을 얻은 조은혜는 온 몸이 멍투성이가 돼 가면서 훈련에 매진한 끝에 결국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 선 그는 파리 패럴림픽 휠체어 펜싱 플뢰레 카테고리 B 16강에서 홍콩의 충웬핑에 10-15로 패했다. 이후 패자부활전 1∼4라운드를 통과하며 동메달 결정전에 진출했다.

동메달 결정전 상대는 이탈리아의 베아트리체 비오. 비오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과 2020 도쿄 패럴림픽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최강자다. 세계 최강의 벽을 넘지 못 한 조은혜는 2-15로 패해 4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경기 후 눈물을 펑펑 흘린 조은혜는 "최선을 다했지만, 아직 내가 해야 할 것들이 더 많다는 걸 느꼈다"며 "더 많이 연구하고 분석해 다음엔 더 좋은 경기력으로 무대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패럴림픽 도전이 아직 끝난 건 아니다. 5일 권효경(23·홍성군청), 백경혜(24·한전KDN)와 함께 플뢰레 단체전에 나서고 6일에는 주 종목 에페에서 금빛 찌르기에 도전한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