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평택캠퍼스 공사현장 /사진=최혁 기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공사현장 /사진=최혁 기자
삼성전자가 도로 '6만전자'(삼성전자 주가 6만원대)' 위기에 놓였다. 엔비디아의 실적이 시장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인공지능(AI) 거품' 우려가 커지고 미국 경기 침체 신호까지 더해지자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탓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저가 매수의 기회로 판단하고 다시 삼성전자 주식을 적극 매수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을 권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자 주가는 3.45% 내린 7만원으로 마감했다. 장중에는 6만9800원까지 밀리며 7만원선을 내주기도 했다. 7만원대가 무너진 것은 지난해 11월10일 이후 처음이다. 지난 4월8일 8만6000원까지 오르며 '10만전자'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지만, 이후 연일 내리막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외국인이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이날 하루에만 5198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같은 날 외국인 순매도 3위 종목 네이버(533억원)의 약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외국인은 최근 한 달간 3조원 가까이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했다.

전날 기관의 순매도 종목 1위도 삼성전자로, 2838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개인투자자들만 7748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외국인과 기관의 물량을 받아냈다. 개인투자자들은 지난달 22일부터 순매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것은 반도체주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꺾인 탓이다. 최근 엔비디아가 발표한 2분기 실적이 높아진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고, 미 당국의 반독점 조사까지 받으면서다.

여기에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지난달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7.2로 부진하게 나타나자 미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도 더해졌다. 지난 4일(현지시간) 엔비디아 주가는 9%대 급락하며 하루 만에 시가총액 374조원가량 증발했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주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경기와 업황이 둔화되는 최악의 경우 (삼성전자 주가가) 20% 수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주가가 단기간 급락한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지켜보는 전략을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주 전반에 대해 "과격한 주가 하락이 무색하게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을 가리키는 데이터가 아직 부재하다"며 "하지만 이렇다할 반등 트리거도 마땅치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