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 20분 거리 '노는 땅', 새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한다
남태령은 예부터 삼남(충청·전라·경상) 지방에서 한양(서울)으로 향하는 관문 역할을 한 고개다. 서울과 맞붙어 있다. 특히 강남권이 가깝다. 하지만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특징 때문에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로 묶여 개발이 더뎠다. 서울 사당역에서 지하철 4호선이나 과천대로를 타고 과천역 일대까지 꽤 긴 거리를 내려가야 아파트를 발견할 수 있다.
서울 남현지구 예정지. 국토교통부 제공
서울 남현지구 예정지. 국토교통부 제공
지금은 ‘산동네’에 불과한 남태령~선바위역 일대에서 정부가 최근 대규모 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 관악구 남현지구와 경기 과천 과천지구가 주인공이다. 과천 도심보다 훨씬 서울 접근성이 좋은 ‘준강남’ 입지에 새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인 만큼, 수요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남현지구, 2027년 분양


국토교통부는 지난 4일 서울 남현 공공주택지구의 지구 지정을 완료했다. 관악구 남현동 산 96의1 일대 노후 군 관사(4만3118㎡)를 허물고, 공공주택 400가구와 새 군 관사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4호선 남태령역에서 200m 떨어져 있는 역세권 단지다. 남태령역에서 4호선을 타고 사당역까지 갔다가, 2호선으로 갈아타면 강남역까지 20분 안에 이동할 수 있다.

정부는 남현지구 조성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2026년 첫 삽을 떠 2027년에 분양하는 게 목표다. 부지 소유주가 모두 국가와 공공기관인 100% 국공유지인 만큼 보상 문제에서 자유롭다. 정부는 내년부터 주택 설계와 부지조성 절차를 병행하는 등 지구 지정 이후 일정을 단축할 예정이다. 주택 인허가와 설계가 완료되는 시점에 맞춰 즉시 착공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서울 남현지구 위치도. 국토교통부 제공
서울 남현지구 위치도. 국토교통부 제공
일각에선 강남 접근성은 좋더라도 생활 여건이 불편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론 대규모 택지지구와 비교할 때 생활 인프라가 부족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과천대로 건너편에 이미 주거단지(남태령 전원마을)가 형성돼 있어, 어린이집이나 식당 등 기본적인 인프라는 갖춰져 있다. 지하철 인프라가 좋은 만큼 서울 남부권의 백화점과 대형병원, 예술의전당 등을 이용하기 편리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초등학교 배정을) 교육청과 협의해야 한다”면서도 “기존 관사에서도 자녀를 키우는 가구가 많아 학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주거환경은 매우 쾌적한 편이다. 관악산 자락에 위치한 데가 우면산과 청계산 등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편리한 도시 인프라와 고즈넉한 자연환경을 동시에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천지구 1만가구 공급”

남태령역 바로 아래 선바위역~경마공원역 일대엔 과천지구가 들어선다. 169만㎡의 넓은 부지에 총 1만가구의 대규모 주택이 공급된다. 정부는 지난달 과천지구의 지구계획을 승인했다. 과천지구는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던 곳이다. 하수처리장 위치를 둘러싸고 과천시와 서울 서초구가 이견을 보이고, 맹꽁이 이주 문제까지 불거지며 일정이 지연됐다.

정부는 이번에 2029년부터 분양에 나서겠다는 구체적인 타임라인을 내놨다. 올해 설계를 시작해 내년부터 택지조성 절차를 조속히 이행할 계획이다. 남현지구와 마찬가지로 서울 강남까지 20분대에 이동할 수 있는 ‘준강남’ 입지다. 국토부는 위례과천선의 과천지구 내 정차를 추진하기로 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정부과천청사역(2028년 예정)이 가까워 광역교통 여건은 더 좋아질 전망이다.
경기 과천지구 위치도. 국토교통부 제공
경기 과천지구 위치도. 국토교통부 제공
전원 느낌이 나는 남현지구에 비해 ‘도시 냄새’가 강하다는 게 특징이다. 정부는 성남 판교 테크노밸리와 비슷한 면적(28만㎡)의 자족용지도 공급한다. 선바위역과 경마공원역 사이 자족용지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미래 첨단산업이 입주할 수 있도록 하고, 대공원역 옆 자족용지는 바이오·의료산업 클러스터로 육성할 방침이다. 초등학교 2개소와 중·고등학교 각 1개소 등도 마련된다.

총 1만가구 중 6500가구는 무주택 서민을 위한 공공주택(공공분양 4400가구, 공공임대 2100가구)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과천지구 아래에는 과천 원도심과 지식정보타운이 들어서 있다. 과천지구 오른쪽엔 주암지구가 조성될 예정이다. 인접한 주거단지들과 ‘시너지’도 기대된다는 평가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