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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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연일 "윤석열 정부가 계엄령을 준비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펴면서 정치권의 이슈로 떠올랐다. 앞서 민주당의 계엄령 준비설은 국방위 소속 지도부인 김민석 최고위원과 김병주 최고위원을 시작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 모두발언에서 언급하며 논란이 가열됐다. 이 대표는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계엄 선포와 동시에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부인했지만 민주당은 "제보와 정황이 있다"고 맞섰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부가 계엄령을 준비한다는 민주당 내부의 주장에 “아무런 근거 없이 끝도 없이 네거티브”라며 “제가 모르고 김민석 의원이 아는 정보를 공개해달라”며 계엄령 의혹에 대한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이 의혹을 제기하며 “정치인이 이 정도 이야기도 못 하나”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국정이 장난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유정 전 의원은 이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에 출연해 "요즘 장병들은 다 휴대폰을 가지고 있지 않나. 계엄령이 내려오면 '엄마 계엄이래'라고 전화할 것 같다. 장병들이 이를 수긍할 수 있겠나"라며 "한 중진의원에게 어떻게 된 거냐 물어보니 '똥볼 찬 거 같다'고 하더라. 계엄령 관련 증거가 없으면 여기서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5선으로 국회 국방위원장도 지낸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YTN 라디오 '신율의 정면승부'에서 "사회적으로 대통령 지지가 낮고 또 상식을 벗어난 극우 인사들이 정부 주요 보직에 임명되는 등 비상식적 국정운영이 계엄 논란까지 낳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저한테 제보를 한 사람도 없고 제보를 듣지도 못했다"고 정부의 계엄령 설을 부인했다.

계엄령은 헌법 77조에 따라 전시·사변이나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서 질서유지가 필요할 때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해 치안·사법권을 유지하는 조치로 국방부 장관과 행안장관이 건의하는 구조다. 계엄을 선포하면 대통령은 지체 없이 국회에 통보하고 국회는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해제를 요구할 수 있다.

설사 계엄령이 선포되더라도 국회 의석 구조상 민주당이 계엄을 해제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계엄을 선포하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계엄령 선포 준비설을 거듭 주장하는 것은 만약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가 시작되면 실제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다고 보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당내 의견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4일 페이스북에 "평범한 시각으로 볼 때 이재명 대표가 지배하는 민주당이 왜 그토록 특검, 탄핵에 이어 근거가 없는 계엄까지 제기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아마도 협치 이후 기대되는 정상 정치가 이재명 대표에게는 공포이기 때문일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정쟁이 아니라 정책이 중심이 된다면 당 대표가 아닌 원내대표의 역할이 커진다.
정쟁이 없으면 극성스러운 팬덤의 결집력도 떨어질 것이다"라며 "무엇보다 악마화된 적을 만들어 대정부 투쟁을 할 수 있는 동력이 약화할 것인데 사법 리스크로 위태로운 이재명 대표라면 이런 상황은 절대 피하고 싶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 또한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의 정치생명을 끊을 수 있는 결과가 1심에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국민적 저항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전제로 하는 거고 그럼 그 국민적 저항을 탄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계엄령을 쓰겠다는 취지의 지금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라며 "그런데 죄지은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다. 그게 법치국가 아닌가"라고 직격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