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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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를 낮추어 이르는 말인 '아줌마'의 출입을 금지하는 헬스장이 한국에서 논란이 됐다면, 최근 중국에서는 '45세 이하 대졸 여성'만 출입할 수 있는 수영장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중국의 한 수영장에서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은 여성만 회원으로 등록하도록 허용하는 데 대해 격렬한 논쟁이 촉발됐다"면서 중국 동부 장쑤성에 위치한 한 수영장에서 빚어진 논란을 조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이 수영장은 "45세 이하 대학 학사학위 소지 여성만 회원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의 회원 가입 조건을 홍보했다. 회원 가입비는 576위안(약 10만8000원)으로 적혀 있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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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은 어떤 의도로 회원을 가려 받는 걸까. 수영장 경영진은 현지 매체에 "교육을 받은 사람은 높은 IQ와 인격적 자질을 갖추고 있으며, 사회 질서를 잘 이해한다고 믿는다"며 "이런 사람들을 받아야 도난 등 불미스러운 일들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수영장의 정책에 현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수영장을 비판하는 이들은 "학사 학위가 없으면 수영도 못하냐", "더 나은 교육이 더 나은 도덕을 의미하진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사업체는 고객을 선택할 수 있고, 또 고객은 사업체를 선택할 수 있다"며 "위법이 아니라면 규칙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운영 방침을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다만 한 변호사는 '소비자 권익 보호법' 위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인천의 한 헬스장에 붙어 논란이 됐던 공지.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인천의 한 헬스장에 붙어 논란이 됐던 공지.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6월 한국 인천에서도 '아줌마'의 출입을 금지하는 헬스장이 논란이 됐었다. 이 헬스장은 "아줌마 출입 금지, 교양 있고 우아한 여성만 출입 가능"이라는 공지를 붙인 뒤 무수히 많은 전파를 탔다. 헬스장 운영자인 A씨는 아줌마와 '교양 있고 우아한 여성'을 구별하는 본인만의 구체적인 기준도 제시했었다.

A씨는 ▲나이를 떠나 공짜 좋아하면 ▲어딜 가나 욕먹는데 왜 욕먹는지 본인만 모르면 ▲대중교통 이용 시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서 가면 ▲커피숍 둘이 가서 한 잔 시키고 컵 달라고 하면 '아줌마'라고 주장했다.

또 ▲음식물 쓰레기 몰래 공중화장실 변기에 버리면 ▲자기 돈은 아까워하면서 남의 돈은 아까운 줄 모르면 ▲기억력과 판단력이 부족해 했던 말 하고 또 하면 ▲넘어지면 주님 말고는 아무도 안 도와줄 때의 경우도 '아줌마'라고 정의했다.
인천의 한 헬스장에 붙어 논란이 됐던 공지.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인천의 한 헬스장에 붙어 논란이 됐던 공지.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논란이 일자 A씨는 "어쩔 수 없이 아줌마의 출입을 금지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 6월 언론 인터뷰에서 "탈의실에서 1~2시간씩 빨래하고, 비품 같은 거 절도해 가시고 수건이나 비치된 비누, 드라이기 다 훔쳐 간다"며 "얘기하기가 그런데 탈의실에다가 대변을 보신 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아줌마들이 젊은 여성 고객들을 향해 거침 없이 내뱉는 성희롱성 발언이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쭈르륵 앉아서 남들 몸 평가 같은 걸 하고 있다"며 "젊은 여자 고객 같은 경우는 아주머니들이 그런 얘기 하면 굉장히 어려워한다. 그런 친구들은 저한테 대놓고 얘기하고 (헬스장) 나갔다"고 했다.

A씨의 헬스장을 두고 벌어진 논란은 외신의 조명을 받기도 했다. 영국 BBC는 당시 "최근 한국에서 한 헬스장에 붙은 '아줌마 출입 금지' 공지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며 "잘못된 행동을 하는 '아줌마들'의 출입을 금지하며 나이 든 여성에 대한 차별 논란을 불붙였다"고 보도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