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애지(오른쪽)가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54㎏급 시상식에서 함께 동메달을 획득한 북한 방철미와 빅토리 셀피를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애지(오른쪽)가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54㎏급 시상식에서 함께 동메달을 획득한 북한 방철미와 빅토리 셀피를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12년 만에 올림픽 복싱 경기에서 메달을 딴 국가대표 임애지 선수가 국내대회 체급 세분화 문제를 언급하고 나섰다. 특히 그는 운동선수로서가 아닌, 사람으로서 건강이 걱정되는 순간이 있었다며 임신을 걱정한 순간이 있었다고도 털어놨다.

임애지는 4일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국제대회 끝나면 국내 대회를 준비해야 하는데 전국체전의 여자 체급은 3개뿐”이라고 입을 열었다.

실제 2024 전국체전 체급 표를 보면 남자는 49kg 이하부터 91kg 이상까지 10개 체급으로 나뉘어있다. 반면 여자는 51kg, 60kg, 75kg 세 개뿐이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 김예지는 54kg급으로 활약했다. 그는 “현재 증량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전국체전에서) 60kg급으로 뛰고 끝나면 다시 또 국제대회를 위해 54kg까지 감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10년 전부터 체급 세분화 논의가 이뤄지긴 했으나 2024 전국체전에서도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2024 파리올림픽 복싱 동메달리스트 임애지 선수.  /사진=MBC 제공
2024 파리올림픽 복싱 동메달리스트 임애지 선수. /사진=MBC 제공
문제는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느낌을 받았다는 게 임애지의 설명이다. 그는 “살을 빼고 찌우고를 반복하다 보니까 호르몬 불균형이 생겼다. 어느 순간부터 운동선수로서 아니라 사람으로서 생각하게 됐다”며 “‘내가 임신을 못하게 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됐다. 이래서 선수들이 포기하는구나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내가 체급이 생기게 만들어야겠다 싶어서 메달을 따면 꼭 이야기해야지 생각했다”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54kg급으로 처음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국내 대회에 60kg까지 찌워서 출전했지만, 또 실패했다. 나는 국내에서도 안 되고, 국제에서도 안 되는구나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몇 kg급 선수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을 진짜 많이 했다. 말할 기회가 생긴 것 같아서 나에게 이번 동메달이 정말 소중하다”며 “선수가 없어서 체급을 안 만든다고 하는 데 나는 반대라고 생각한다. 체급이 없기 때문에 포기해서 선수가 없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임애지는 2024 파리올림픽에서 2012년 런던 대회 한순철 이후 12년 만에 올림픽 복싱 메달을 땄다. 여자 복싱만 놓고 보면 최초 메달이다. 한국 여자 복싱 최초로 올림픽 결승 진출을 노렸지만, 복싱 여자 54kg급 준결승에서 아쉽게 패했다. 올림픽 복싱은 동메달 결정전을 치르지 않고 준결승에서 패한 선수 2명 모두에게 동메달을 준다.

시상식에서는 올림픽 복싱 동메달리스트 북한의 방철미와 함께 나란히 단상에 서서 이목을 모은 바 있다. 특히 기자회견 당시 일본 기자가 “임애지 선수는 준결승 끝나고 시상식에서 방철미 선수를 안아주고 싶다고 말했는데, 안 보이는 곳에서 실제로 안아줬는가”라고 묻자, 임애지는 “비밀로 하겠다”라고 재치 있게 답변해 화제가 됐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