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호가 그리고, 서을호가 짓다. LG전자 제공
서도호가 그리고, 서을호가 짓다. LG전자 제공
몸집만한 붓끝이 화면 위를 지나며 춤추는 사람들이 됐다. 화면 뒤로 보이는 또 다른 군상들. 외로이 서있던 한 사람이 천천히 화면 밖으로 걸어나가자 셀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다시 여백의 공간으로 나타났다.
 LG전자가 '프리즈 서울 2024'에서 수묵 추상화 거장 고(故) 서세옥 화백의 작품을 그의 두 아들이 재해석한 미디어아트를 9월 4일 선보였다. 사진은 8대의 'LG 투명 올레드 TV'와 8대의 'LG 올레드 에보'로 구성한 미디어아트의 모습. LG전자 제공
LG전자가 '프리즈 서울 2024'에서 수묵 추상화 거장 고(故) 서세옥 화백의 작품을 그의 두 아들이 재해석한 미디어아트를 9월 4일 선보였다. 사진은 8대의 'LG 투명 올레드 TV'와 8대의 'LG 올레드 에보'로 구성한 미디어아트의 모습. LG전자 제공
수묵 추상의 거장 산정 서세옥 화백(1929~2020)의 작품 7점이 지난 4일 개막한 ‘프리즈 서울’에서 LG 투명 올레드 TV로 다시 태어난 장면이다. 이 작품은 그의 장남이자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서도호(62)와 건축가 서을호(60)가 아버지의 작품을 재해석했다. LG 투명 올레드 TV는 올해 초 라스베이거스 CES에서 선보인 후 국내엔 처음 공개됐다. 무한대에 가까운 명암비가 수묵화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 최첨단 기술을 만나 섬세하게 담겼다는 평가를 받으며 프리즈 서울 기간 내내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서도호가 그리고, 서을호가 짓다. LG전자 제공
서도호가 그리고, 서을호가 짓다. LG전자 제공
8대의 투명 올레드 TV위에 ‘즐거운 비’(1976), ‘행인(行人’(1978), ‘사람들’(1996) 등 7점의 작품이 깊은 블랙부터 옅은 먹색으로 다채롭게 펼쳐졌다. 평면 회화인 원작을 짧은 애니메이션 형태의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해 살아있는 그림이 됐다. 투명 올레드 TV와 올레드 에보(evo)가 겹쳐 재생되는 영상은 전체 본 적 없던 새로운 입체감을 부여했다. 서도호 작가는 “우리가 수천년 간 볼 수 없던 그림의 뒷면을 볼 수 있었다”며 “투명 올레드 TV가 구현하는 기술을 본 뒤 천지개벽하는 것 같았다”며 이번 작업의 계기를 설명했다.
서도호가 그리고, 서을호가 짓다.  LG전자 제공
서도호가 그리고, 서을호가 짓다. LG전자 제공
서을호 건축가는 이번 전시의 공간 연출을 맡았다. 전시장 입구부터 뒤편까지 한눈에 투과해 볼 수 있도록 작품을 겹겹이 배치해 마치 공간 전체를 하나의 작품처럼 구성했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은 입구에 위치한 반투명의 설치 작품부터 그 뒤로 나란히 놓인 각각 8대의 투명 올레드 TV와 8대의 올레드 에보(evo)로 구성한 미디어 아트 작품을 한 번에 볼 수 있다.

전시장 뒤편에서는 올레드 사이니지 24대로 구성된 대형 미디어 월에 서세옥 화백 다큐멘터리가 상영됐다. 전시장 벽면에는 원작 7점도 전시됐다. 개막일 전시장을 찾은 마이클 고반 LA현대미술관(LACMA) 관장은 “최첨단의 기술이 위대한 예술과 만났을 때 어떤 새로운 관점이 탄생하는 지 직접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다”고 했다.
서도호가 그리고, 서을호가 짓다. 김보라 기자
서도호가 그리고, 서을호가 짓다. 김보라 기자
산정 서세옥 선생은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11월 향년 91세로 별세했다. 장례식도 제대로 치르지 못한 두 아들은 2022년 아버지를 기리는 ‘삼세대(三世代)’전을 기획해 삼대를 아우르는 그의 가족 구성원들이 제작한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두 아들이 예술로 펼쳐낸 또 다른 추모식이자, 미래의 예술에 관한 청사진이다. 김보라 기자